사랑에 닿고 싶어

존재와 사랑에 대한 단상 : 프란츠 카프카 『변신』

by 이지애

평온한 저녁, 여느 때처럼 남편과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드라마 속 부부가 싸운다. 외도 때문이었다. 장난 삼아 물었다.

“내가 바람피우면 어떻게 할 거야?”

남편은 나보다 더욱 장난기 가득하고 몹시 과장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험상궂은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죽여야지. 바람피운 놈까지 다 죽여버려야지.”


그 순간, 반사적인 물음이 쏟아졌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죽일 수 있어? 그게 진짜 사랑이야?”

“네가 변했으니까?”

“바람피웠다고 내가 변하는 건 아니잖아?”

반문하는 말투에 왜인지 처음의 가벼움은 사라진 듯했다. 그제야 신랑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은 진지해져 버린 분위기에 당황한 얼굴이었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어색한 공기를 지우려는 듯 깔깔거리며 웃어버렸다.


신랑과의 대화는 끝이 났지만, 생각들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돈다. 바람을 피우면 나라는 사람이 변하는 걸까? 나라는 것은 뭘까?


가만히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선, 가진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목소리를 잃는다. 여전히 나였다. 팔을 잃고, 기억을 잃는다. 이젠 더 이상 내가 아닐까? 아니다.

그럼에도 나였다. 모든 조건을 내려놓으니 그제야 오롯이 내가 보인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의 모습 같은 것들은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진 것을 모두 잃고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머릿속에 어지러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문득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떠올랐다. 소설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오는 주인공, 그레고르다.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사람의 모습도, 직장도, 목소리까지도. 하루아침에 혐오스러운 벌레가 되어 점점 가족들과 멀어지고, 결국 외면당한다.


가족들은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레고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끝끝내 손 한 번 내밀지 못했을까? 더는 사랑할 수가 없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가족들은 그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그저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자, 볼 수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는 조건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볼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눈에 닿는 모든 것이 반짝거린다. 예쁜 옷, 멋진 차, 좋은 집… 우리는 너무 쉽게,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은 하늘에서 눈을 얻고, 세상에서 무엇을 잃었을까?


눈을 가졌다는 나약함과 한계를 넘어서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 그것은 남녀의 사랑을 뛰어넘는다. 부모와 자식 간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을 너끈히 뛰어넘는 것이다.


나는 너를 진정 사랑하는 걸까?


조용히 눈을 감는다. 너를 떠올린다. 날 바라보는 너의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 다정한 몸짓… 이윽고 하나둘 사라져 간다.


그렇게,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오롯한 너를 만나

사랑에 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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