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포용 :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by 이지애

오늘 누군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요?

지금도 여전히 미운가요?


살다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당황스럽게 하거나, 휘몰아치는 분노를 불러일으키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상식’을 무색하게 만들어요.


남편은 운전 중에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거나, 자신의 행로에서 방해받는 일이 생길 때면 화를 내요. 친구 하나는 유독 재력을 과시하며, 잘난 체하는 사람을 만날 때 그렇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볼 땐 별것 아닌 일인데 자신에겐 굉장히 불쾌하죠. 이렇듯 개인마다 화가 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제게도 있죠.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요. 이 사람은 왜 이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했죠. 저 사람은 이래서 싫고, 이 사람은 저래서 싫었어요.

그렇게 다 빼고 빼다 보면, 이 세상에 나만 남는 게 아닐까요? 아니요, 저도 남지 않을 거예요.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고 답답한 내가, 내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이 있나요?

혹시 저처럼 자신의 모습도 답답해서 힘드신가요?


용서가 안 되는 남과, 본인 스스로와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여타 현자들이 갔던 길과는 좀 다른, 싯다르타의 이야기예요.


싯다르타는 힌두교 사제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인간의 고통과 해탈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죠. 그도 처음에는 다른 현자들처럼 세속을 떠나 고행의 길을 택해요. 하지만 고행에서도 진리를 찾지 못해 다시 세속으로 돌아오게 되죠.


그는 세속에서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삶의 다양한 쾌락과 고통을 경험해요. 그리고 인생의 모든 고통과 허무 앞에서 무너져갈 때 깨달아요. 삶 자체가 진리라는 것을요.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요, 세상을 이해하려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불경을 외고 싶지 않아요. 또 미운 나를 용서하기 위해 하얀 면사포를 쓰고,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녘부터 기도를 드리고 싶지도 않죠.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용서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냥 그것 자체로 인간인 것이고, 그렇게 세상인 거였어요. 이해할 것도, 용서할 것도 없이요. 오래도록 이해하려고 많이 애썼던 너를 받아들이고 이제껏 버리고 싶어서 참 미웠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현자, 성인(聖人)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세속으로부터 떨어져 도를 닦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나와 너의 본모습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성장해 가는 것이요.


우리는 모두 싯다르타일지도 모르겠어요. 나그네처럼 세속으로 들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의 욕망을 탐하는 어린아이로 살고 있으니까요.


잊지 말기로 해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 중이라는 것을요.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서로에게,

미움보다는 따뜻한 눈빛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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