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마시는茶
풀꽃향이 피어나는 기도송 오늘의 독좌데이
나른하게 부드러워진 오후 2시 햇살의 결은 봄날을 맞이하여 평소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차탁 앞에 서봅니다
보랏빛 저고리에 초록 치마를 받쳐 입고 보니 제 모습조차 산자락에 핀 이름 모를 들꽃 같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오늘은 누군가를 위한 자리가 아닌 오로지 저 자신에게 올리는 한 잔의 기도 시간 독좌를 맞이합니다
찻사발에 녹색 가루를 담고 따스한 물을 붓습니다 차선이 움직일 때마다 사락사락 들려오는 청음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맑게 비워내는 것만 같습니다 차선 끝에서 연두꽃이 피어오르면 비로소 봄의 정취가 이 막사발 안으로 온전히 들어와 앉습니다
말차에는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테아닌 그리고 아미노산 등이 조화롭게 스며 있지요 그 성분들이 어우러져 내는 오미의 깊이는 인생의 굴곡과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쌉싸름함 뒤에 찾아오는 은은한 단맛은 고된 일상 뒤에 맛보는 온전함처럼 입안을 상큼하게 해 주고 기분 좋은 단맛도 감돌게 합니다
한 모금 머금은 차가 몸속으로 길을 낼 때면 사방은 고요하고 오직 차 향기만이 차실을 가득 채웁니다 그 찰나의 순간이야말로 제 영혼에 울리는 가장 경건한 기도송입니다 푸르고 맑은 연두의 봄날 기운을 스스로에게 대접하며 어제보다 조금 더 맑아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말차를 마십니다
한 잔 속 번뇌를 전하며 (송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