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바다에서 고래를 기다림"
고래를 기다리는 Brunch time
강릉 앞바다에 드나드는 안목이란 고래가
찾아왔다는 뉴스를 접하다가
문득 마시던 찻잔 속을 들여다봅니다
고래가 그 동네 바다에 나타났다는데
차바구니 들고 동백꽃 꺾어 들고 마중 나갈까
몽돌 부딪치는 소리 가득한 우리 동네 산하동에도 고래가 찾아와 포근한 물침대에 몸을 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홍차 향기가 머무는 오후 그 간절한 갈망을 기록으로
브런치에 써본다
이곳 몽돌의 숨소리 고래의 거리는 멀고
신도시 산하동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십 년이 흘렀습니다
창밖 도시의 빛이 몽돌 해변의 황혼의 그림자를 조금씩 지워갈 때면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Brunch time 홍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지 않는 고래의 안부를 묻곤 합니다
파도는 여전히 거칠게 몰아치며 하얀 숨결을 허공으로 뱉어냅니다
사람들은 그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맨발로 자갈 위를 달리지만 세월을 낚는 어부들의 팽팽한 낚싯대 끝에는 고래 대신 인간의 은밀한 욕망만이 걸려 올라옵니다
고래가 사람을 피해 멀리 도망갔다는 어민들의 투박한 말투 속에서 그 영리한 짐승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따스한 환대 대신 분주한 발걸음만 가득한 이곳이
더 이상 자신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아님을 말입니다
몽돌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그 장엄한 울림 속에 고래의 노랫소리가 섞여 들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과한 욕심일까
어쩌면 이 기다림 또한 찻잔 속에 띄워 보낸 작은 사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찻잔은 때론 큰 우주라고 생각도 해봅니다
사라진 고래의 흔적을 좇으며 내가 잃어버린 평온의 자리를 가만히 더듬어 봅니다
우리 동네 고래 호텔에 안락한 물침대를 정성껏 들여놓으면 그때는 고래가 다시 돌아와 줄까
고래는 끝내 오지 않을지도
설령 그렇다 해도 나와 함께 몽돌도. 망부목처럼
이 자리를 변함없이 그를 기다릴 것입니다
온다는 기척만 작게 들려온다면 나는 오늘도
오후의 가장 평온한 자리에 앉아 그를 위한 따스한
홍차를 우려 놓고 하염없이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