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과 작은茶선생님

茶 따르는 린이

작은 찻그릇과 나의 어린 차 선생님

​울산에서 경주까지는 차로 삼십 분 거리입니다

십 년 전 그 길에 손주들 소꿉놀이처럼 쓰라고 작은 찻잔 세트들을 사 왔습니다


손자 민현이도 처음엔 좋아하며 가지고 놀았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금세

흥미를 잃더군요


그런데 유독 린이 만은 그 찻그릇을 아끼고 참 잘 다룹니다

​작은 찻그릇들이 할머니와 손녀 사이를 참 각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린이는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그 조그만 손으로 차 따르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


이제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말차 격불까지 해내니 곁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참 대견합니다

​얼마 전 사위가 왔을 때는 린이가 아빠에게 차를 대접하겠다고 직접 나섰습니다


정성껏 격불을 하고 차를 우려내더니 본인이 먼저 맛을 보고는 아빠에게 찻잔을 건넵니다


"​아빠 차 향기 좋으신가요"


​그 의젓한 물음에 딸아이는 엄마 뒤를 이을 어린 차 선생님이 생겨서 행복하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실 딸도 며느리도 선뜻 함께하지 못했던 저의 찻자리를 유일하게 채워주는 이가 바로

손녀 린이입니다

​할머니가 시를 낭송하면 대회 나가면 일등 하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학교에서 시를 배웠다며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내 찻잔 속의 고요함과 시의 언어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 린이는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올해 이학년이 된 린이가 반 회장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려주었습니다

전체 이십팔 명 중 십육 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지요

우리 반을 위해 열심히 힘쓰겠다고 선거에 나온 아이들 중 가장 큰 목소리로 유세를 했다니 그 당당함이 눈에 선합니다

​프로골퍼인 아빠의 운동 신경을 닮아서인지 키도 크고 운동도 참 잘합니다


이학년 전체 달리기에서 일등을 차지해 선생님께서 선수를 권유하실 정도라니 할머니로서는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섭니다


더 많은 꿈을 키워보라고 달리기 말고

다른 것도 해보는 게 어떠냐 했더니 그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웁니다


​말차를 우릴 때는 한없이 고요하다가도

운동장에서는 바람처럼 달리는 열정적인 아이

할머니는 그저 네가 찻잔 속에 담긴 온기처럼

따뜻하고 튼튼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랄 뿐입니다

​회장님도 좋고 달리기 선수도 좋단다

린이야 할머니는 언제나 네 편이고 너의 가장 큰 송할미 팬이야!!!

말차격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