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강사경력 3년
전업주부경력 14년
이제는 어디 가서 수학 좀 가르쳤다고 떵떵거릴 수는 없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집에서 아이들 봐주는 정도야 되겠지만 돈을 내고 저에게 맡기세요 라는 말을 하기엔 나 또한 확신이 없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능력이 생긴듯하다.
어렸을 적부터 tv를 사랑했던 나는 tv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이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었고, 한번 본 기사는 저절로 외워져서 간단한 프로필부터 어떻게 캐스팅 됐는지 집안사정은 어땠는지도 다 외우고 있었다. 중학생시절에 유행하던 잡지에 나온 청소년 모델들을 보면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인물인지 아닌지까지 보였다. 드라마, 시트콤 단역 중에서도 저 사람은 나중에 뜨겠다 점찍어두면 항상 주연급으로 성공을 했다. 그런 내가 아이들 키우며 아이들의 친구들 이름 외우기도 벅차게 됐고, 잠시 그 능력을 잃는 듯 보였으나 또 다른 나의 능력을 발견하게 됐다.
아이 키우며 집에서 책 보다 온갖 드라마의 재방송을 즐겨보게 되었고, 만 시간의 법칙이 나에게도 일어난 걸까 첫 방영작을 5분만 시청해도 대박의 조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불행히도 이 능력은 우리 집 어디에도 도움이 되진 못했다.
"아 주식 살걸 이거 대박이라던데."
우영우를 보던 남편이 탄식한다.
"아 내가 이거 대박이라고 말 안 했구나."
"좀 말해주지."
"그럼 뭐 해 돈도 없는데."
나는 대박을 가려내는 눈은 있으나, 돈은 남편에게 있다. 게다가 남편은 뉴진스와 아이브도 헷갈려하는 마당에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곤 한다. 심지어 엔터 주식은 남편이 사면 떨어진다.
"제발 엔터 주식은 사지 마라."
세 번은 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