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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토프 Aug 01. 2021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엄마의 피로도는 여기서 갈린다.

나의 첫째 만복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새벽 4시부터 진통이 시작됐으나, 이슬은 비치지 않고, 간격도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저녁 메뉴로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고, 어둑해지는 7시가 넘어서야 퇴짜를 맞더라도 가보자 싶어 병원으로 향했다. 1센티. 고작 1센티인데 나는 집에서 15시간 동안 얼음 땡을 반복하고 있었다. 진전이 없던 나는 무통주사를 맞으며 천국에 가있던 것도 잠시. 촉진제 투여로 생지옥을 맛보았다. 아이는 내려올 생각이 없었고 나는 진통이 허벅지까지 내려와서 칼로 베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왜 아무도 수술 얘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밤에 들어간 분만대기실에서 다섯 명의 산모가 아이와 첫 만남을 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진통 중이었다.  다음 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나는 힘주기에 들어갔고, 마지막 진통 주기도 5분 간격으로 길었던 나는 겨우겨우 온 힘을 힘주기에 들어갔고, 진통 31시간 만에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산후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에 오면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만복이는 반찬 뚜껑 여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는 아이였고, 생후 24개월이 지나서야 통잠을 자주는 아이였다. 평균 3번 자다가 깨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5시간이라도 자주는 일은 없었다. 아이가 자는 동안 허기를 채워야 하는데, 나는 아이가 자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떡이나 빵 과자로 간간히 요기하는 게 다였고, 머리를 매일 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생후 2개월 무렵은, 내 몸과 만복이의 가슴팍이 닿아야지만 낮잠을 자는 시기였는데, 안겨있는 상태로 내가 잠깐 일어나기만 해도 평화 끝나버린다. 얼마 뒤, 시력이 또렷해지는 시기부터는 먹는 양이 반으로 줄었는데 언제 먹어줄지 몰라서 수시로 분유를 타고, 버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모유수유는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다.  자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빠는 욕구 때문에 먹는 아기가 있는 반면, 안 먹는 아기들은 언제나 계속 안 먹는다. 한 달을 그렇게 보내고 소아과에 갔다. 몸무게가 아주 약간 늘고, 배변에도 문제는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부터 다시 제 몸무게에 맞는 양을 먹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시작하고부터는 새로운 고비가 펼쳐졌다. 내가 비닐장갑을 끼고 오일을 바르고 배변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변비 때문에 응급실을 가는 날도 여럿 있었다. 그리고 식탐이 없는 만복이는 이유식 식사시간이 한 시간 반이었는데, 매끼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겨우겨우 입에 밥을 넣어줬다. 호기심이 무척이나 대단했다. 루에 4시간 반을 밥을 들고 따라다닌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3가지 모두 빵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첫 아이임에도 예쁘고, 귀엽고, 소중하다는 생각보다는 힘들다는 감정만 남아있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20대인 나의 체력 때문이었을까. 31시간 진통을 하고도 밥 한 끼 먹고 바로 걸어 다녔으니.


둘째 수지는. 정말 쓸게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아이였다. 조리원 퇴소 후 낮잠은 깨우지 않으면 4시간 가까이 잤고, 밤에도 거의 먹지 않았다. 모유만 먹고도 아이는 잘 컸고, 한 달 무렵부터 8시간씩 통잠을 잤다. 심지어 그냥 눕혀두면 잠이 들고, 울면서 깨는 날도 없었다. 조용히 생긋생긋 웃으 혼자 놀고 있는 아이였다. 이유식은 자고 일어나서 바로 먹여도 꿀떡꿀떡 잘도 넘겼고, 1일 3 똥이 기본이었다.


글의 양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두 아이는 극과 극이었다. 업무량이 늘었지만, 업무강도는 높지 않았다.  잘 먹고 잘 고 잘 는 아이 덕에 둘째를 낳고 나서야 육아의 고단함보다 아이에게서 오는 따뜻함이 깊게 느껴졌다. 


셋째를 임신하고, 내가 믿는 신은 없었지만, 매일 기도했다. 제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아이이길.


저는 따로 태교라는걸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것이 있다면 첫째와 셋째 임신기간에는 많이 울었고, 둘째임신기간에는 주변사람들이 얼굴에 여유가 있어보인다며 좋아보인다고 하더군요. 거창한 태교보다 엄마의 기분이 아이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건강한 아이를 만나고 싶다면, 당신을 웃게 하는 것을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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