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색의 차이도 잘 알아내고, 얼굴의 생김새, 옷차림, 물건의 위치도 잘 기억하고, 대략적인 길이나 중심점도 잘 맞추는 편이다.
그동안은 내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내 생각 버튼이 꺼지지 않아 힘들 때 종종 컬러링을 하거나, 드로잉을 했다. 아이 때문에 시간이 빠듯할 때는 글씨 연습 책을 사서, 조금씩 채워나갔다. 손이 바쁠 때면, 내가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는 걸 잠시 잊게 된다. 내손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다 보면 끊이지 않았던 생각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책은 일 년에 두세 권 정도 구미가 당기는 책만 읽는다. 아이들이 책 읽는 나를 발견하면 신기해할 정도다. 육아에 관련된 책이나 심리학 책을 주로 선택한다.
이렇게 글을 쓰기 전엔, 아이가 뒹굴뒹굴 잘 준비를 하는 동안 자장가를 틀고, 인스타를 보다 잠이 들었다. 오늘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가 담겨있는 타인들의 사진들을 본다. 나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이라, 우리 아이는 매일 내의 차림이라, 사진을 올리고 싶어도 새로 찍은 사진이 없어서 한참을 고민한다.
글을 쓰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이렇게 글을 토해내고 있다.
아직도 쓰고 싶은 글들이 많다. 내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다. 다른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생산적인 것을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처럼 마음을 다쳐 동굴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여기 와서 알았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말이다. 가끔은 나는 그저 글자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글에서 나와 같은 상처를 발견하고 울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