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이동욱

by 에토프

두 번째 cc생활도 끝이 났다.

주기만 하던 첫 번째 연애를 끝내고, 나에게 퍼주기만 하는 사람을 만나서였을까. 내가 주기만 하던 그때의 연애는 미련이 없었는데, 받기만 했던 두 번째 연애는 내가 해준 것이 많지 않아서 인지, 미안함인지 미련인지 모를 것들이 남아 1년을 붙잡아 뒀다.


우리는 일주일에 6일을 같이 보냈다. 가족보다도 더 오래 함께였다. 한두 과목을 제외하고는, 수업도 같이 들었고, 하루에 두 끼를 같이 먹고, 내 것 네 것이 없이 거의 모든 것을 공유했으며, 그는 매일 내가 내려야 하는 역까지 동행해주었다. 그렇게 함께였던 사람과 이별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잊어보려 했지만,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되어도 나를 참 많이도 웃게 한 그 사람을, 여전히 나는 잊지 못했다.


나는 매일을 힘들어하며, 싸이월드에 일기로 내 감정을 고스란히 남겼다. 누가 봐도 이별로 슬픔에 허우적거리는 여자처럼. 필터 없이 그날의 감정들을 써 내려갔다. 목을 까딱거리게 하는 비트 있는 bgm을 삭제하고, 친구라도 될 걸 그랬다며 끝까지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가사들이 내 심정 같아 이별노래들로 bgm을 바꾸었다.


얼마쯤 그랬을까. 어느 날 쪽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컴퓨터공학과 4학년 이동욱이라고 합니다. 저번 학기에 교양수업 같이 들었었는데 기억하실까요? 그때부터 하연 씨에게 마음이 있었어요. 혹시.. 마음 정리가 되셨다면, 저랑 식사 한번 하실 수 있을까요?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동욱... 단번에 그 사람 얼굴을 기억해냈다.

중간고사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기말고사는 지필로 점수를 매기는 수업이었다. 이동욱 그 사람은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있는 질의응답 시간에, 매번 발표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영리하고, 똑똑해 보이기보다 비겁하고, 허영심에 가득 차 있고, 잘난 척하기를 좋아하는 재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나도 그의 질문을 받았었고, 다행히도 답변을 훌륭히 해내어 교수님이 극찬을 아끼시지 않았었다.


그랬던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하다니.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도 다 알겠구나 싶어서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다이어리를 비공개로 바꾸었다. 이 사람에게 까지 내 감정을 알릴 필요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