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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 그 덩치 큰 장난감

by 함수규


포클레인, 그 덩치 큰 장난감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흥이 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주말마다 포클레인 학원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5주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9시부터 6시까지 온종일 포클레인과 씨름했다.


이걸 어릴 적 장난감처럼 생각했었는데, 막상 다루려니 쉽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여름, 가장 덥다는 8월에 포클레인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번에 열정이 생기지 않기도 했다.



드디어 내일 실기 시험이 있다. 평소 기계 조작에는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각종 면허증을 취득하면서 늘 한 번에 합격했다.


2종 소형부터 1종 보통, 대형, 트레일러까지, 그리고 조정면허까지.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자신감이 부족한 것인지, 왠지 긴장이 되었다.


사실, 국가에서 주는 운전 관련 시험은 난도가 높지 않다.


일정 기간만 연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기 시험은 왠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자신감이 들지 않는다.









제과제빵, 그 기묘한 시작과 끝





올해 초, 자격증을 2개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첫 번째 도전은 제과제빵이었다. 수업 첫날,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와는 잘 맞지 않다고 느꼈다.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레시피에 들어간 재료들의 그램 단위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재료가 어떻게 결합되고, 그게 맛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다니며 월요일마다 직원들에게는 내가 만든 핸드메이드 빵을 선물했다.


결국 자격증까지는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제과제빵을 제외한 다른 자격증들은 다 따놨지만,


요리 관련 분야에서만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다.









애견지도 관리사, 그 사랑스러운 도전





두 번째 도전은 애견지도 관리사였다.


흥 이를 입양한 후, 좀 더 전문적으로, 그리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공부였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견종마다 특성이나 유전적인 문제,


예방에 대한 공부는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홍이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한 열정이,


나를 이끌어 나가게 만든 것 같다.






포클레인,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도전





세 번째 도전은 포클레인이었다.


사실, 왜 포클레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중장비 학원에 등록하고 수업 첫날,


나를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직업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있었다.


이 수업은 포클레인 자체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3번 떨어지고 4번째 도전하는 사람도 있었고, 군대를 공병대 가려고 배우는 어린 친구도 있었고,


처럼 취미로 배우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과의 대화는 수업보다 더 흥미로웠다.






자격증 도전,





그 든든한 보험처럼





귀국 후에 도전한 여러 가지 일들이 내게 자존감과 열정을 주었고,


자격증을 목표로 도전하는 과정은 마치 내 삶에 든든한 보험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 보험은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무엇보다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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