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기운? 내가 믿지 않는 것들
요즘 나는 “50대에 읽는 주역”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사실, 내 삶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종교나 신념이 없었다. 교회나 성당 정도,
그저 중고등학교 시절 잠깐 다닌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우연히 부동산 사업을 하는 친구가 점집을 소개시켜줬다.
별로 믿지 않았지만, 호기심에 예약을 해봤다.
도착하고 나서 10분 정도 기다린 후, 20대 초반의 어린 무속인이
내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경험은 나에게 꽤 신선했다.
비즈니스 중심의 세계에서 점이 왜 필요할까, 그게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사실 나는 운을 믿지 않는다.
아니, 내 성향은 운이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그 흔한 5000원짜리 로또도 한 번 당첨된 적이 없고,
‘꽝 없던 이벤트’에서 꽝이 나온 적이 수없이 많다.
내가 가는 차선은 언제나 공사 중이거나 사고가 난다.
그래서 주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모르는 미래,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었다. 주역은 중국의 은나라 시절, 국가의 점을 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책은 운과 기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는, “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라는 말이 200% 맞다는 생각을 했다.
운은 나 혼자만의 기운이 아니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주변 사람들의 기운도 함께 모여야 그 효과가 커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운이 오면, 시기와 질투가 함께 온다고도 했다.
40대, 50대가 되면서 나는 일부러 나쁜 기운을 피하려 한다.
TV에서 누군가 아프고, 가난하고, 사업이 망했다고 하는 걸 보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만남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발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좋은 에너지와 밝은 도파민이 나에게도 전해진다고 믿는다.
반대로, 힘든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의 불만과 화가 내게도 전염되기 쉽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3년 전에 귀국한 후, 돌아보면 그동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 이루었으니까.
그런데 최근, 2024년에 준비한 일이 잘 안 된 것을 보며 문득 불안감이 몰려왔다.
‘운이 다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 나는 주변을 살펴보며 기운을 받으려고 한다.
잘 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좋은 기운을 나누는 중이다.
무엇보다 내 본질에 다시 집중하려고 한다.
삶은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주는 법이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해서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수많은 야구 팬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꿈을 이룬 것이다.
야구팀도 29년이 걸렸는데,
한 번 넘어졌다고 낙담하는 것은 너무나 염치 없는 일이다.
돌아보면, 나의 30대에는 참 힘든 시절이 있었다.
안 좋은 일들이 몰아쳐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일이 왔고,
더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여전히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