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는 효율을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더라도 최대한 적은 노력으로 최고의 성적을 얻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같은 성적이더라도 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게 받아들이고도 같은 성적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알고 있는 것이 더 적은데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보냈다. 성적은 늘 우수한 편이었고, 항상 상위권에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배운 내용을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해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높은 성적과 달리 비어 있는 머릿속의 공백이 점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계절학기를 들으며 한 학생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항상 열정적이었고,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과 내 성적은 비슷했다. 그런데도 나는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면,
그저 버텨내는 삶이 아니라면,
열정을 다해 살아보는 건 어떨까.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느끼며 살아보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무모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싶고, 적당히 웃고 넘어갈 일에도 박장대소하다가 뒤로 넘어져 보고 싶다.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을 다시 바라보고, 사소한 것들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해 보고 싶다.
이제는 효율보다 밀도를 선택하고 싶다.
적게 알고 같은 성적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밀도를 공부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에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