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의 현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기자 흉내를 내면 생기는 일

by 챔챔

학보사에 입사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제대로 된 수습기자의 기간 없이 곧바로 정기자로 투입 됐기 때문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언젠가 잊힐 애송이 기자의 심경을 이렇게 글로 남겨보려 한다. 생각의 흐름대로 썼기 때문에 글이 이해가 안 된다면 그건 당연한 거다.


1. 방중회의

방학 동안 진행하는 회의이다. 주 2회 대면으로 진행하며 매 회의마다 기획안을 가져와야 한다. 당시의 나는 기사 아이템의 선정 기준, 기사체, 전개 흐름 등 기본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비대면으로 교육이 이뤄졌긴 했으나 교육 자료를 읽어주는 것에 불과했기에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말 그대로 날것 그 자체였다. 그러니 나를 비롯한 동기 기자들은 열심히 기획안을 작성해도 방중 회의에서 반려당하기 마련이었고, 누구는 일주일 간 매일 울었다고 한다. 다행히 회차가 거듭할수록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걸 체감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단 것 역시 강하게 느껴져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2. 인터뷰와 취재

나한텐 첫 발간이라는 걸 잊었는지 나 혼자만 기사를 3개나 맡겨 주셨다. 물론 현재 인력 부족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란 걸 알고 있으나 , 스스로의 부족함에 좌절하던 나에겐 역시나 큰 부담이었다. 일단 기사 중 하나는 설문조사까지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뛰쳐나가고 싶었다..


어찌 저찌 기획안을 완성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질문지를 완성하고 컨택 메일을 돌리는 건 따분한 일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인터뷰 답변이 오면 그보다 기쁠 수가 없었다. 하나 둘 인터뷰이의 답변을 받고 기존 기획안이 꽤 퀄리티 있는 기사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물론 학교 측 관계자를 만날 때면 마음이 불편했다. 보통 학내 불편 사항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왜 그동안 개선 안 했냐,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둥의 인터뷰는 아무리 어조를 순화한다고 해도 심기가 불편했나 보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도 괜스레 마음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취재는 별다른 게 없었다. 사실 기획안 단계에서 이미 거의 끝내 놓았기도 하고, 취재가 필요한 기사 하나는 공동 취재였기 때문이다. 같이 취재하기로 한 동기 기자가 갑자기 여행을 가버려 연락이 잘 안 됐단 것 빼고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었다.


3. 첫 발간

진짜! 신문 발간을 위해 마감회의에 참석했다. 보통 밤을 새운다고 듣긴 했는데 믿기 싫어서 안 믿었다. 일상의 모든 면에서 둔한 편이지만, 뭔가 강제성이 부여되는 일에는 적대적인 편이다. (고쳐야 된다는 거 안다.) 어쨌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오늘 정말 일찍 끝나면 12시 이내로 끝날 거라는 믿기지 않는 말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혀졌다.

그런 걱정과 불만과 우려와 짜증과 다르게 생각보다 회의는 순탄했다. 매분 매초를 기사 작성에 매달리는 게 아니고 대기시간이 거의 전부였다. 생각보다 고칠 게 없기도 했고, 뭔가 회사 생활을 다시 하는 거 같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다행히도 자정을 조금 넘겨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다음날 10시에 출근에 또다시 회의를 했다. 회의 이름은 평소 회의가 하도 많아 까먹었다. 암튼 찐 찐 최종 회의였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별개 없었다.


4. 느낀 점

<피드백의 효용?>

모든 회의 과정에서 주로 이뤄지는 것은 기자단 전체의 피드백이다. 난 사실 이게 그만큼의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름 학교를 대표하는 언론기구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자를 꿈꾸고 있지만 과연 그들의 모든 피드백이 글의 질을 향상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너무 지엽적인 피드백으로 글이 지저분하게 변했다고 느껴진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 피드백 역시 누군가의 글을 망쳤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모든 피드백을 수용하기보다 편집국장이 적절히 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집쟁이>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표현하라면 늘 '차분한 사람', '조용한 사람' 정도로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학보사 활동으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봤다. 엄청난 고집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맞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의 피드백으로 수정하는 게 너무 싫어진다. 내 의견이 틀릴 수도 있는 건데 그 가능성을 자꾸 무시하려는 듯한 느낌이 스스로 들었다. 어떻게 보면 오만하고 거만한 자세이기 때문에 빨리 고쳐야 될 거 같다.


<글 쓰기 바보>

애초에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기 과제나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도 글을 '잘' 쓴다는 피드백에 공감해 본 적이 없다. 주로 소재나 발상이 좋았을 뿐 글솜씨 자체가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독서랑 벽을 두고 살았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기사를 처음 쓸 때 솔직히 막막하기만 했다. 기자의 말로 쓰면 안 된다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역피라미드 구성이 뭔지도 모르겠고.. 답답해서 지피티를 돌린 적도 있다. 그러나 지피티는 늘 겉보기에 거창한 말만 할 뿐 대부분 상투적 표현뿐이라 피드백 시간에 하이에나 떼한테 뜯기는 것 마냥 우두두 공격을 받았다. 첫 발간을 마치고도 난 여전히 글 쓰기에 자신이 없다. 요즘은 그런 자신감 부족이 기자라는 진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미친 노력으로 글쓰기 실력을 올릴지 기자를 포기할지 빠른 시일 내에 선택해야겠다. 근데 글쓰기 실력은 어떻게 올리는 것인가?


<뿌듯함>

학보사 면접에서 학생 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면접을위해 준비한 있어보이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원했던 목표였다. 이번 기사로 그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우리 학교의 전공 제도 중 동점자 처리 기준에 '나이순' 규정이 포함돼 있었다. 비상식적이고 다소 시대착오적이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학생 기자로서 공론화를 하고 학교 측 인터뷰를 통해 추후 해당 규정을 삭제하겠단 답변을 받았다.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 같아 매우 뿌듯했다. 많이 부족하기만 한 내가 이렇게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가 좋은 방향이었다는 점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기사를 위한 기사가 아닌, 학생을 위한 기사를 쓰고 싶단 열망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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