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코레르 박물관(Museo Correr)
2) 지롤라모 줄리안 컬렉션(Collezione Girolamo Zulian)
이어지는 방은 지롤라모 줄리안 컬렉션이다. 조반니 그리마니 컬렉션보다는 전시된 유물이 많지 않지만 베네치아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전시실이다. 지롤라모 줄리안은 베네치아 귀족 가문으로 로마 대사를 지냈으며 이때 카노바를 알게 되어 후원자가 되었다.
# 아프로디테 마리나(Afrodite Marina)
지롤라모 줄리안 컬렉션에 전시된 유물로 1~2세기경 로마 시대에 제작된 복제본이다. 원본은 기원전 1세기경의 그리스 조각상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발견되었다. 줄리안의 후원을 받았던 안토니오 카노바는 '아프로디테 마리나'와 같은 고대 조각을 보면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프로디테 마리나'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바다의 아프로디테'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La nascita di Venere)이 연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의 비너스와 같은 이름이지만 관능적인 우아함은 아프로디테 조각상에서 더 느낄 수 있다.
# 거대 조각상의 발 파편(Frammento di piede di statua colossale)
복도에 전시된 수많은 유물 중에서 발 파편상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도 거대 조각상의 발 파편(Frammento di piede di statua colossale)이다. 4세기경 고대 로마 시대에 제작된 거대한 조각상의 발 파편이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발가락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꼼지락거리고 움직일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디테일의 묘사가 너무나 정교하다.
거대한 발의 모습은 기원전에 그리스, 이집트에서 만든 조각상에서 여럿 볼 수 있고 중국의 거대한 석불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큰 것으로만 따진다면 지롤라모 줄리안 컬렉션의 '거대 조각상의 발 파편'은 작고 왜소할 수밖에 없지만 미적인 감각의 측면에서 볼 때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 비극의 가면을 든 카리아티드(Cariatide con maschera tragica)
방문의 양쪽에 커다란 여성상이 서 있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카리아티드(Cariatide)는 고대 그리스어 카리아티데스(Karyatides)에서 유래한 어원으로 건축물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여성 대리석 조각상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흔히 그리스 건축물에서 건물의 상부 구조를 머리로 떠 받치고 있는 여성 형상의 기둥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유물은 건축물에 있던 조각상을 떼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왼쪽의 조각상은 오른손에 가면을 들고 있는데 비극의 가면(Maschera tragica)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극의 뮤즈인 멜포메네(Melpomene)를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 문학의 시작은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라는 대서사시다. 그후 희극과 비극 작품이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축제에서 시작되었다. 비극은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이며 이어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가 뒤를 잇는다. 희극은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와 '개구리'가 있다.
희극은 일상의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적인 모순을 비판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비극은 신화 속의 영웅들이 겪는 고통과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므로서 보는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어쩌면 그 카타르시스를 통해서 인간은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지도 모르겠다.
# 아테나(Atena)
다른 말로는 평화를 가져오는 아테나(Atena Pacifica)라 부르기도 한다. 아테나(Aten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딸로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는 신화 속의 인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어떤 인물에 대한 하나의 맥락을 짚어 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고대 그리스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도시 국가인 폴리스 때문일 것이다.
아테나 역시 그리스 도시 국가인 아테네(Athens)와 깊은 관련이 있다. 아테네는 '아테나의 도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테네 건국 신화에 따르면 아테네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 포세이돈과 아테나가 서로 경쟁했다. 두 신은 각각 선물을 주고 아테네의 왕 케크롭스가 선택하도록 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주었고 아테나는 올리브 나무를 주었는데 케크롭스는 아테나의 올리브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도시 이름을 아테네로 하였다.
아테나를 의미하는 여러 가지 상징물이 있으나 조각이나 그림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투구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마치 여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가녀린 어깨 곡선과 가냘픈 허리를 감싸는 실루엣의 옷 주름으로 전쟁과는 거리가 먼 여성 특유의 우아함만 강조될 뿐이다.
베네치아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된 아테나 상은 얼굴은 깨져 나가고 두 팔은 부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균형미는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아테나의 옷은 부드러운 실루엣이 아니라 약간 두꺼운 질감이 느껴지며 가슴에는 메두사의 머리가 새겨진 방패형 갑옷 아이기스(Aegis)를 착용하고 있다. 아이기스는 영어로 이지스라 한다. 미국의 이지스함이란 이름은 여기서 따온 것이다.
# 황소를 재물로 잡는 미트라(Mitra che sacrifica il toro)
이 도상을 타우록토니아(Tauroctonia)라고도 한다. 이것은 고대 로마 시대의 1~4세기에 융성했던 신비주의 종교 미트라교(Mitraismo)에서 기인한다. 미트라라는 태양신을 숭배했으며 밀교에 기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 제국 전체로 번질 정도로 로마 군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다신교 중의 하나였다.
마트라교에서 황소를 죽이는 행위는 우주의 질서를 세우고 생명을 창조하는 신성한 행위로 간주된다. 황소를 찌르는 미트라 주변의 개, 뱀, 전갈 등은 별자리를 상징하므로써 점성술적 의미를 지닌다. 미트라가 프리기아 모자을 쓰고 망토를 휘날리는 모습은 보통 소아시아 지역의 영향을 반영한 모습이다.
3) 이집트 컬렉션(Collezione Egizia)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은 지롤라모 줄리안 컬렉션의 연장선이다. 전시된 유물들도 그리 많지 않다. 많지 않다는 것은 다른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에 비해 작다는 의미일 뿐이다.
유럽의 많은 박물관들은 어느 박물관이든지 이집트 유물들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혀 없지는 않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행된 대대적인 약탈의 결과다. 또 발굴을 핑계로 파타지(Partage)라는 명분의 분할 협정을 맺어 발굴한 유물들을 자기들의 나라로 가져갔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이 증폭하면서 이집트를 여행하고 유물을 대량으로 수집해 온 경우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나라든지 그 나라의 국력이 쇠약하여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면 자신의 문화재도 남의 것이 되고 만다. 주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반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식적으로 약탈해가기도 한다. 그것이 힘의 논리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에서 약탈하고 반출해 간 문화재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오사카, 교토 및 소도시 등 수많은 박물관과 대학,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도 부지기수다. 우리들은 현재 이 많은 유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물들이 있는 곳을 알더라도 반환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