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있는 그대로의 '어린 나'를 만나다.

by 숨의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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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비가 쏟아지는 밤.


화가 나기라도 한 건지 "우르르 쾅쾅" 소리가 요란스럽다.




어릴 때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다.


친구와 일부러 우산을 쓰지 않고,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은 상태로 뭐가 그렇게 웃겼었는지 서로의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었었다.


그때는 비를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온몸이 다 젖고 난 후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이나 걱정들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비가 내리는 순간보다


비가 오고 난 후 축축이 젖은 땅이 주는 공기를 더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선 미리 날씨를 확인해 우산을 챙겨 다니거나


급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구매해서 어떻게든 최대한 비를 맞지 않으려고 애쓴다.


비가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과 비를 맞고 난 후에 젖은 상태의 찝찝함,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을 미리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순수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참 부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앞에 일어날 일들은 걱정하지 않고, 오직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하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오히려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어른이 된 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하고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곤 한다.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 순간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어떠한 틀에서 벗어난 '어린 나'를 꺼내어본다.


홀딱 비에 젖은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지라도


그 모습조차 기꺼이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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