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는 연습이다.
글은 언제나 내 주변에 존재했다.
무언가를 보는 것,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의 곁에는 늘 책이 있었다.
물론 책이 곁에 있다고 해서
매일 독서를 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책이 잘 읽히고, 이해도 잘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할 만큼 마음이 시끄러운 날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없던 시절에는 한동안 아예 책을 쳐다보지 못했던 날들도 많았다.
책을 읽지 않고 지내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문득 '의미가 없는 삶'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누가 책 좀 읽으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나에게 읽는다는 것은
글자를 눈으로 훑는 일이 아니라,
잠시 내 삶의 속도를 낮추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꺼내 읽는 순간만은 현실에서 벗어나
그 시간에 온전히 머물 수 있게 만드는 도피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난 책을 읽어야 해"라고 스스로 만들어 낸 틀 안에 갇혀있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에서 느끼는 안정감,
무언가 하고 있다는 성취감,
생각하게 만드는 힘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뿐인데 내가 얻어 가는 건 수없이 많았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읽는 연습이다."
좋은 글은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의 나를 정확히 비춘다.
그래서 읽는다는 건
지식을 쌓는 행위이기보다
내 안에 숨은 감정과 생각을 조용히 꺼내보는 일에 더 가깝다.
요즘은 책이 잘 안 읽히는 날에는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조금 천천히 가자"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읽는 행위에서 벗어나
이제는 글이 남기는 질문을 통해
나를 찾아간다.
그러니
읽히는 날만 읽어도 충분하다.
읽히지 않는 날엔
그 침묵마저 한 페이지로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