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극심한 지루함에 시달리고 있다. 아니,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건 지루함이 아니라 지겨움이다. 나는 요새 극심한 지겨움에 시달리고 있다.
온 일상생활이 지겹지만 특히나 지겨운 건 회사생활이다. 회사에서 딱히 문제는 없다. 지난 직장과는 다르게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업무가 물리적인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도 아니다. 단지 문제라면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업무시간 절반에 달한다는 것인데 그건 2007년 첫 직장 이후로 근 15년간 꾸준히 쭉 그래왔던 것이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아 물론 그중 절반은 지겨운 출퇴근 시간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백수였거나 학생이었거나 네네.)
아무튼 나는 지겹다. 하루에 백 번쯤 지겹다고 말한다.
어제는 이 지겨움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민을 했는데 오로지 이 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안정된” 회사생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원인의 끄트머리를 잡았다. 업무에 미친 듯이 몰두해야 할 만큼 바쁘지 않고 정신 차릴 틈 없이 나쁜 인간관계에만 매달릴 일도 없다.
나는 스스로 과중한 업무와 나쁜 인간관계가 열정과 활력이고 동기이며 오기라고 인이 박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가스라이팅 한 걸까?
마치 불안정적이고 과정과 결과가 매우 좋지 않은 연애를 한 사람이 다시 안정적인 연애로 돌아가기 어렵고 다시 나쁜 연애를 찾아 떠나듯 나는 독이 되는 업무환경과 직장 내 인간관계가 주는 다이내믹함에 중독이 된 것은 아닐까.
내가 개인 시간을 지나치게 단조롭게 보내는 것도 이 지겨움의 이유일 것이다. 5시 45분에 기상해 6시 30분 차를 타고 출발해 8시에 출근을 하고 5시에 퇴근을 한 후 6시 5분 차를 타고 돌아온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세상 지겨운 표정으로 똑같은 운동을 하고 귀가해 저녁을 먹고 씻고 쿠키런을 하고 유튜브를 조금 보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잔다. 사람은 만나지 않고 저것 외에 딱히 취미도 없다.
지금과 다른 운동을 하면 조금 활력이 생길까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결국 그것도 출근과 같은 의무적인 루틴이 하나 더 생길 뿐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접어 두었다.
혹은 나의 생체적 나이 듦에 이유가 있을까 생각도 해봤다. 38살이 지겨운 나이일까? 육체적으로 지쳐 나가떨어지는 나이일까? 그건 내가 38살을 처음 살아봐서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요새 매우 지겹고 지겹고 지겹고 지겹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집에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