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바깥에서 주기적으로 만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도태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건 유전학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스토리일까? 아니면 자기 주위에 그러한 인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그저그런 이유에서 스스로 강압의 족쇄를 찬 것일까?
연애를 늘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찍 어느 때에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되면, 아니 어른이 되기 전에 연애를 해서 첫 일을 해야 하는 강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부모님의 풀, 친구들의 풀, 그 풀장에서 물을 털고 나오면 평생 연애를 안 한 사람도 있으며 연애를 간헐적으로 혹은 본인의 선택 하에 다른 이들에 비해 늦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자기 주위의 인물들의 풀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첫 경험과 연애는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인생의 숙제는 첫 경험을 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순간 생긴다. 해야 하는 것은 없다. 자신이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부여하는 데에서 탈이 나는데, 그래야만 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봐야 한다.
이를 다른 것에 대한 강박으로 돌려 이야기해 봐도 마찬가지다. 여행 일정을 짜도 P유형들은 꼭 정해진 일정이 있더라도 꼭 그 시간에 그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연애에 있어서도 P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사람이란 중심이 제 아무리 한 곳에 있다하더라도 P와 J를 왔다갔다하기 마련인데, 첫 경험에 있어서만큼은 P여도 조금은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안 하면 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 어느 기운과 때가 맞물려 본인의 마음이 서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게 되는 시기가 오곤 한다. 하지만 그 사람 관계 중에서 이성 관계, 특히 그 안에서 별스럽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과 몸을 다 주는 빠순이 짓은 일찍 해보아야 나중에 진짜 선택을 더 잘 하리라는 기대를 갖게도 한다. 하지만 첫 경험을 하다 임신을 하고 별안간 아이를 기르게 되는 드라마도 예측해야 한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건 내가 뭐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몸으로 만날 때에는, 경험해 보고 싶은 일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한다는 이유로 즐겁게만 선택하지 않는 게 지금 사회에선 현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