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연재)

[시즌 1 – 7화] 첫 번째 계단: 아홉 번째 울림이 시작된다

by Leo Song

[시즌 1 – 7화] 첫 번째 계단: 아홉 번째 울림이 시작된다






인트로


시간은 여덟으로 나뉜다.
그러나 아홉 번째 울림이 시작되는 순간,
도시는 그 모든 균형을 부숴 버린다.

그때 인간은 선택자가 아니라, 심문받는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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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은 세 번째 칸에서 도시가 피로 인간의 선택을 기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록관은 도윤의 배신과, 실패한 선택이 피의 강으로 모여 도시를 지탱한다는 진실을 알려준다.
문이 열리자, 도윤의 목소리가 울린다.


“하민, 이번엔 내가 기록을 쓸 거야.”







1. 붉은 문 안으로


세 번째 문이 열리자, 붉은빛이 하민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 빛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마치 살아 있는 피의 강이 몸을 스치는 듯, 끈적하고 불길했다.



“도윤!”

하민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대답 대신, 깊고 낮은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나,

둘,

셋…

여덟.

익숙한 리듬이 반복된 후, 낯선 아홉 번째 울림이 터졌다.


“틱—”


그 한 번의 울림만으로도, 하민의 귓속이 찢어질 듯 울렸다.
온몸이 뒤틀리며 계단이 발아래로 드러났다.


“이건… 도시의 심장 소리야.”






2. 첫 번째 계단


계단은 마치 붉은 뼈로 만들어진 듯했다.
발을 디딜 때마다 피가 스며들어, 계단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하민.”

도윤의 목소리가 계단 아래에서 울려 퍼졌다.


“네가 선택자가 아니라, 기록이 된 기분은 어때?”

하민은 이를 악물었다.



“도윤, 나를 속였어. 왜?”


“속인 게 아니라… 보여준 거야.”

그의 웃음이 기괴하게 울렸다.


“나는 도시의 기록관이자, 심문관이다.

너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 기록이 된다.”






3. 계단의 규칙


계단의 벽에는 수많은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은 하민이 두 번째 칸에서 본 이름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계단의 규칙은 간단해.” 도윤이 말했다.


“여덟 계단마다 도시가 선택을 묻는다.

네가 그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하지 못하면,

아홉 번째 울림이 너를 되감기 시킨다.”



“되감기…?”


“너는 다시 첫 번째 계단으로 돌아가.

기억은 사라지고, 선택은 반복된다.

그리고 네 피는 기록으로 남는다.”

하민은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무한히 이어진, 영원의 계단처럼 보였다.







4. 첫 번째 질문


첫 번째 여덟 계단을 오르자, 벽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하민. 너는 누구인가?”
엄마의 목소리, 도윤의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하민은 눈을 감았다.


“내 이름은 내가 쓴다.”
그는 두 번째 칸에서 했던 결심을 떠올렸다.
손바닥으로 벽을 짚으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도시가 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불린다.”


잠시 침묵.
그리고 첫 번째 계단이 빛을 내며 앞으로 이어졌다.






5. 피의 그림자


계단 위에 발을 디디는 순간, 하민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발아래에서 피가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피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이건… 모두 실패한 선택의 흔적이야.”
하민은 몸서리쳤다.
그때 도윤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렇다. 네가 밟고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의 피와 후회다.

너의 발걸음 하나가 그들의 기록을 새로 덮어쓴다.”



“나는 그들의 기록 위에 서지 않아.”

하민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나는 내 발걸음을 스스로 새길 거야.”







6. 아홉 번째 울림


두 번째 여덟 계단을 오르자,
이번에는 계단 전체가 흔들리며 거대한 울림을 토해냈다.


하나,

둘,

셋…

여덟.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낯선 아홉 번째 울림.


“틱—”

하민의 몸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기억이 하얗게 지워지는 듯한 공포가 몰려왔다.


“안 돼! 되감기 싫어!”
그는 필사적으로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아홉 번째 울림은 너의 진짜 선택을 시험한다.”
도윤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거짓된 선택은 여기서 모두 불태워진다.”






7. 진짜와 거짓


울림 속에서 수많은 장면이 하민의 눈앞에 스쳤다.

아이를 구했던 순간, 엄마의 웃음, 도윤의 손길…
그리고 그 모든 장면 뒤에서, 도시가 피로 그린 붉은 글씨가 겹쳐졌다.



“이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하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도시가 나를 조작한 기록이야!”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내 선택은 나의 것.

내 발걸음은 내가 정한다!”

붉은 글씨들이 갈라지며, 아홉 번째 울림이 잠시 멈췄다.






8. 도윤의 미소


“흥미롭군.”
도윤의 목소리가 낮게 웃었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믿는 그 ‘자유의지’조차도,

도시가 너에게 준 환상일지 모른다.”

그의 실루엣이 계단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홉 번째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건 도시가 만든 새로운 문의 시작이다.”

하민은 숨을 삼켰다.



“새로운 문…?”


“그래.

너의 선택이 진짜인지, 아니면 또 다른 기록인지—

그 문이 결정할 거다.”






9. 결단


하민은 고개를 들었다.


계단 끝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네 번째 문이 있었다.
그 문은 아직 닫혀 있었지만,
그 표면에서 이미 아홉 개의 미세한 울림이 겹치고 있었다.



“도윤, 이번에는 내가 기록을 쓸 거야.”
하민은 낮게 속삭였다.

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가? 그건 불가능해.”



“아니, 내가 내 이름을 쓰듯,

나의 이야기도 내가 쓸 거야.”

그 순간, 계단 전체가 강하게 흔들리며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클리프행어


하민의 발끝 아래 계단이 갈라졌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그 안에서 수많은 손이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 손들이 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택하라… 아니면 기록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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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피의 강을 건너 ― “네 번째 문, 금지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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