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연재)

[시즌 1 – 8화] 피의 강을 건너: 네 번째 문, 금지된 기록

by Leo Song

[시즌 1 – 8화] 피의 강을 건너: 네 번째 문, 금지된 기록






인트로


인간의 선택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도시는 그 선택을 피의 강 위에 새기며,
그 강을 건너는 자만이 진정한 통과자가 된다.
그러나 강을 건너기 위해선,
자신의 피와 거짓된 기록을 맞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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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은 첫 번째 계단에서 아홉 번째 울림을 마주하며
도시가 인간의 선택을 반복되게 하는 시스템임을 깨닫는다.

도윤은 하민을 시험하며, 그가 믿는 자유의지가
도시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계단 끝에 모습을 드러낸 네 번째 문은
이제까지의 문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1. 피의 강


붉은 피가 계단 아래에서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민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피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의 발목을 감쌌다.
피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섞여 울부짖었다.



“되감기 싫어….”


“제발, 내 기록을 지워줘….”


“나는 통과자가 되고 싶었어….”


하민은 몸서리쳤다.
이건 모두 실패한 선택들의 잔향이야.
그때 도윤의 목소리가 강 너머에서 울렸다.


“이것이 도시의 심장, 피의 강이다.

네가 지금 밟고 있는 계단조차 이 피 위에 떠 있는 섬일 뿐이지.”






2. 도윤의 유혹


강 건너편에서 도윤이 손을 흔들었다.


“하민, 네가 원하는 답을 알고 싶지 않나?

도시가 왜 네 이름을 쓰고,

왜 너를 반복하게 하는지.”


하민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네가 말해! 왜 나를 속였어?”

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속인 게 아니라, 선택한 거야.

난 도시와 계약했어.

통과자가 아니라 기록자가 되기로.”



“기록자…?”


“그래. 통과자는 자유를 얻지만, 기록자는 권력을 얻지.

네 발걸음 하나, 네 선택 하나—모두 내가 쓸 수 있어.”


하민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나는 절대 기록되지 않아.

내 이름은 내가 쓴다!”






3. 금지된 기록


피의 강 위에서 갑자기 붉은 기둥이 솟구쳤다.

기둥 속에는 하민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그의 과거가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도윤이 미소 지었다.


“이것이 네 금지된 기록이다.

도시가 숨기려는 진짜 이야기지.”

하민은 눈을 크게 떴다.
그 기록 속에는 자신이 모르는 선택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를 구하지 않은 또 다른 시간,
엄마를 외면했던 장면,
도윤을 믿지 않았던 순간….



“이건 내가 한 적 없는 일이야!”

하민의 외침에 도윤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도시가 그렇게 기록했다면,

그건 곧 너의 현실이 되는 거지.”






4. 피의 다리


강 위에 붉은 다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피가 응고되어 만들어진 그 다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신음소리를 냈다.



“강을 건너려면 대가를 치러야 해.”

도윤이 속삭였다.


“네 피를 한 방울 떨구거나,

누군가의 기록을 지워야 하지.”

하민은 이를 악물었다.


“내 피는 줄 수 없다.”

“그럼 누군가의 기록을 지우겠다는 거군.”

도윤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게 바로 도시가 원하는 선택이야.”


하민의 두 손이 떨렸다.
하셈, 제 선택을 도우소서. 기록자가 아니라 통과자가 되게 하소서….






5. 첫 번째 걸음


하민은 고무공을 꺼내 손에 쥐었다.

손바닥에서 여덟 번의 진동이 울렸다.
그 리듬을 따라 첫 발을 내디뎠다.

피의 다리가 요동쳤다.
붉은 목소리들이 합창처럼 울부짖었다.


“선택하라… 아니면 기록되리라.”

하민은 외쳤다.


“나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의 발걸음 아래에서 다리가 순간적으로 빛났다.
그리고 한 칸 앞으로 밀려갔다.






6. 도윤의 공격


도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수십 장의 붉은 기록지가 하늘로 흩날렸다.


“하민, 너의 과거를 보라!”

기록지들이 피처럼 쏟아지며 하민의 시야를 덮었다.


하민은 눈을 감았다.
그 장면 속에서 엄마의 얼굴, 아이의 울음,
그리고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수많은 거짓된 선택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건 거짓이야!”
하민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도시는 나의 과거를 조작할 수 있지만,

나의 미래는 내가 쓴다!

순간, 기록지들이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






7. 네 번째 문


강 건너편에서 거대한 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은 검은빛과 붉은빛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금지된 기록의 문”

도윤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 문을 열면, 네 이름은 완전히 다시 쓰여진다.

통과자가 될 수도, 기록자가 될 수도 있지.”


하민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내 이름은 내가 정한다.

내 이야기는 내가 쓴다.”


그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뎠다.
피의 다리가 갈라지며 강이 폭발했다.






8. 붉은 심문


강에서 솟구친 수많은 손들이 하민을 붙잡았다.
그 손들은 모두 과거의 실패한 선택들의 흔적이었다.


“너는 누구인가.”


“너의 피는 누구의 것인가.”


“네 이름은 진짜인가.”

하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도시가 기록한 이름이 아니다.
나는 통과자다.”


순간, 붉은빛이 강을 가르며 폭발했다.
그리고 네 번째 문이 천천히 열렸다.






클리프행어

문 안에서 들려온 것은 엄마의 목소리였다.



“하민, 이제 돌아와.

너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화 예고


[1-9화] 기록의 종착역 ― “다섯 번째 문, 시간의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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