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9화] 기록의 종착역 - 다섯 번째 문, 시간의 심문
[시즌 1 – 9화] 기록의 종착역 - 다섯 번째 문, 시간의 심문
인트로
시간은 인간의 기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시는 시간마저 기록으로 고정하며,
그 기록을 통해 인간을 반복시키고 지배한다.
다섯 번째 문은 그 기록의 종착역이며,
그곳에서 인간은 시간 그 자체로부터 심문을 받는다.
이전 이야기
하민은 피의 강을 건너며 도윤의 유혹을 뿌리치고 네 번째 문을 통과했다.
강은 인간의 실패한 선택들이 모여 흐르는 도시의 심장이었고,
도윤은 기록자가 되어 하민의 미래를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하민은 자신의 이름을 지키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네 번째 문 너머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하민, 이제 돌아와. 너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 시간의 통로
네 번째 문을 통과하자, 하민은 끝없는 복도에 서 있었다.
복도의 양옆에는 수많은 시계가 매달려 있었다.
모든 시계가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08:08.
“08:08…”
하민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숫자가 도시가 움직이는 리셋의 기준점임을 깨달았다.
그때 복도 끝에서 도윤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가 바로 시간의 종착역이다.
모든 선택은 여기서 되감기고,
모든 기록은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2. 엄마의 환영
복도 한가운데서 엄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하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민, 이제 그만 와.
너도 지쳤잖아. 여기서 끝내자.”
하민의 발걸음이 멈췄다.
“엄마… 정말 엄마야?”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 나야.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 줄게.”
순간, 하민의 손에 쥔 고무공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여덟 번의 리듬.
하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너는 엄마가 아니야.
넌 도시가 만든 기록이야.”
엄마의 모습이 일그러지며 붉은 글씨로 흩어졌다.
3. 시간의 심문
복도 끝에 거대한 시계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계탑의 바늘이 08:08에서 멈춰 있었다.
그 아래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하민.
너의 선택을 말하라.”
수십 개의 시계가 동시에 흔들리며
복도가 울림으로 가득 찼다.
도윤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다섯 번째 문은 시간 자체가 심문하는 곳이다.
네가 한 선택이 진짜인지,
도시가 조작한 기록인지—
여기서 드러나게 되지.”
4. 첫 번째 질문
시계탑에서 첫 번째 질문이 울려 퍼졌다.
“하민, 너는 누구인가?”
하민의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갔다.
두 번째 칸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던 순간,
피의 강 위에서 스스로를 증명했던 시간….
하민은 단호히 외쳤다.
“나는 도시가 쓴 이름이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이름으로 살아간다!”
순간, 시계탑의 바늘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앞으로 1초 움직였다.
5. 도윤의 계략
도윤이 비웃으며 다가왔다.
“하민, 네가 그렇게 쉽게 통과할 거라 생각했나?”
그의 손끝에서 수많은 붉은 시계 조각이 흩날렸다.
조각들은 하민의 주변을 감싸며 거짓된 시간들을 보여줬다.
아이를 구하지 못한 순간,
엄마를 포기했던 장면,
도윤을 배신하는 또 다른 하민….
“이게 진짜 너의 선택이다!”
도윤의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하민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아니야! 그건 도시가 만들어낸 거짓 기록이야!”
그의 발밑에서 시계 조각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6. 두 번째 질문
시계탑에서 두 번째 질문이 울렸다.
“하민, 네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
하민의 시선이 시계탑에 고정됐다.
과거의 시간, 현재의 시간,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모두 도시가 조작해 왔다.
“내 시간은 내 것이다!”
하민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도시는 내 시간을 되감길 수 있어도,
내 선택의 순간까지는 지배할 수 없다!”
시계탑의 바늘이 또다시 앞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08:08에서 08:09로.
7. 진실의 폭로
도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멈춰! 그 바늘이 움직이면 도시가 흔들린다!”
그는 광기에 찬 눈빛으로 하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민, 넌 자유롭지 않아.
네가 믿는 선택은 도시가 미리 써둔 대본일 뿐이야!”
그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시계가 동시에 깨졌다.
하민은 고무공을 높이 던지며 외쳤다.
“아니! 그 대본을 찢는 자가 바로 통과자다!”
붉은 파편들이 폭풍처럼 흩날렸다.
8. 마지막 심문
시계탑이 마지막으로 울렸다.
“하민, 너의 마지막 선택을 말하라.”
하민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엄마의 목소리, 아이의 울음, 도윤의 웃음이
모두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나는 기록되지 않는다.
나는 되감기지 않는다.
나는 내 이야기를 내가 쓴다!”
순간, 시계탑의 바늘이 완전히 움직이며
08:08에서 08:10으로 넘어갔다.
9. 문이 열리다
복도가 거대한 울림과 함께 갈라졌다.
다섯 번째 문이 서서히 열리며
그 안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도윤이 비명을 질렀다.
“하민! 그 문을 열면, 너와 나는—”
빛이 도윤을 삼키며 그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하민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내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클리프행어
문이 완전히 닫히자, 복도에 남은 모든 시계가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다음 기록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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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되감기의 끝 ― “여섯 번째 문, 반복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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