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언어 – 9화: 첫 번째 문
선택의 언어 – 9화: 첫 번째 문
인트로
문은 질문이다.
그리고 답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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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은 도시를 구하기 위해 빛과 피 두 언어를 동시에 해방시켰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눈부신 빛 속으로 삼켜졌다.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낯선 문이 나타났고,
문 너머에서 엘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 낯선 문
도시의 폐허 한가운데, 한 문이 서 있었다.
문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숨을 쉬고 있었고,
문 위에는 두 개의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빛” – “피”
라엘은 무릎을 꿇고 그 문을 바라봤다.
손끝이 떨리며 문 위의 단어를 만졌다.
그 순간, 차가운 울림이 그의 머릿속을 때렸다.
“선택해라.
한쪽은 살리고, 한쪽은 잃어라.”
2. 엘라의 목소리
“라엘…!”
문 너머에서 엘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늦기 전에 와줘!
나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
라엘의 두 눈이 번쩍 떴다.
“엘라! 내가 지금 갈게!
그러니까 버텨줘!”
그러나 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두 개의 단어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빛 – 희생 없는 구원
피 – 대가를 치르는 구원
3. 케르벤의 그림자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망토를 두른 케르벤이 폐허 위를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문이 나타났군.”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울렸다.
“라엘, 너는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어.
두 언어를 모두 가진 자는 결국 모두를 잃을 뿐이다.”
라엘은 이를 악물었다.
“난 널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케르벤.
난 엘라와 도시를 위해… 선택할 거야.”
케르벤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선택?
넌 이미 내 언어 속에서 놀아나고 있을 뿐이다.”
4. 남겨진 자의 경고
그때, ‘남겨진 자’가 달려왔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라엘 앞을 가로막았다.
“라엘! 절대 섣불리 문을 열지 마!”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얼룩져 있었다.
“이 문은 도시의 심장으로 이어져 있어.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쪽은 완전히 소멸하게 돼.”
라엘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둘 다 지키려면?”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길은 존재하지 않아.”
5. 엘라의 비밀
문 너머에서 엘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라엘… 나… 사실은…”
그 목소리가 끊기며,
짧은 문장이 공중에 떠올랐다.
“엘라는… 도시의 언어다.”
라엘은 숨을 삼켰다.
“무슨 소리야… 엘라가 도시라고?”
남겨진 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엘라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야.
그녀는 이 도시의 모든 언어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형체…
그녀가 사라지면 도시도 함께 무너져.”
라엘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니까… 내가 선택하는 건 엘라만이 아니군.”
6. 첫 번째 갈등
문 위의 두 단어가 더욱 강하게 빛났다.
빛의 단어는 따스한 기운을,
피의 단어는 차가운 파동을 뿜어냈다.
엘라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라엘, 제발 나를… 구해줘!”
케르벤의 목소리가 엘라의 목소리를 덮었다.
“라엘, 생각해 봐라.
빛을 선택하면 너는 그녀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도시의 모든 두려움은 피로 바뀌어
다른 누군가를 삼키게 되지.”
라엘의 시야가 흔들렸다.
“둘 중 하나만…?”
7. 라엘의 선언
라엘은 숨을 고르며 두 단어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속삭였다.
“나는… 침묵을 깨러 여기까지 왔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빛도, 피도 아닌…
새로운 언어를 만들겠다!”
순간, 문이 강하게 진동했다.
세상이 흔들리며 도시 전체의 글씨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남겨진 자가 경악하며 외쳤다.
“라엘! 그건… 네 존재를 대가로 해야 하는 선택이야!”
8. 문이 열리다
라엘은 자신의 가슴을 찢어내듯 두 손을 펼쳤다.
그리고 자신만의 단어를 발화했다.
“회복”
문이 천천히 열리며,
빛과 피가 동시에 사라졌다.
그 너머에는
엉킨 글씨와 붉은 파동이 뒤엉킨 도시의 심장이 드러나 있었다.
엘라의 모습은 그 심장 한가운데서
천천히 흩어지고 있었다.
“라엘…”
엘라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늦었어.”
마지막 장면 – 클리프행어
라엘이 문 안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케르벤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의 선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다음 화 예고
문 안으로 들어간 라엘은 도시의 심장에서 자신의 언어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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