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의 문(연재)

외전 1: 기록되지 않은 선택

by Leo Song

9개의 문



외전 1: 기록되지 않은 선택



인트로


문은 닫히지 않았다.
다만, 아무도 그것을 문이라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출근했고,
여전히 웃었고,
여전히 바쁘게 하루를 소비했다.


그러나 그날,
누군가의 선택 하나가
조용히 기록되지 않은 페이지를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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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통과되었다.
빛은 사라졌고,
이름의 서는 더 이상 하늘에 기록되지 않는다.


하민은 문 이후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록은 멈추지 않았다.
단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1

지하철 2호선, 오후 6시 47분.
퇴근 시간의 공기는 늘 그랬듯 무거웠다.


도윤은 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그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알았다.


이제 문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더 이상
“선택의 순간” 같은 극적인 장면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2

맞은편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전화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도윤뿐이었다.


도윤은 그 손을 보며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장면은 이미 지나온 적이 있다.


그는 알았다.
이건 문이 열리는 순간이 아니라,
문이 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3

전에는 이런 순간에
빛이 흔들렸고,
공기가 갈라졌으며,
무언가가 속삭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저 선택만이
도윤 앞에 놓여 있었다.


모른 척할 것인가.
아니면 개입할 것인가.



4

열차가 급정거했다.
여자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 순간,
도윤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뻗었다.


짧은 접촉.
아무도 보지 못한 움직임.


여자는 균형을 잡았고,
도윤은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그뿐이었다.



5

“괜찮으세요?”
여자가 조용히 물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별일 아니에요.”


그 말은
너무도 평범했고,
그래서 더 중요했다.


아무도 이 장면을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도, 책도, 빛도.


그러나 도윤은 느꼈다.
무언가가
자신 안에서 정렬되었음을.



6

열차가 다시 움직였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도윤은 문득 깨달았다.


이게 문 이후의 세계구나.


아무도 보지 않는 선택.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결정.
그러나 분명히 남는 무게.



7

그날 밤,
도윤은 잠들기 전 창가에 섰다.


도시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하늘은 조용했다.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하셈,
제가 옳아서가 아니라
알았기에 선택했습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이 선택은
이미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문단


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사람의 삶 속으로 완전히 내려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자만이
조용히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외전 2 - 문을 보지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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