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08:08 정류장 ― 첫 번째 문
시즌 1 - 1화
08:08 정류장 ― 첫 번째 문
1화: 시간이 멈춘 순간, 문이 나를 불렀다
인트로
바쁜 도시의 아침,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정류장 시계가 매일 같은 시각 멈춘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숨겨진 차원의 초대장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신호를 따라, 낯선 문 앞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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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제, 일상 속 균열이 깨어나려 한다.
그리고 그 균열은 “선택”이라는 단어로 나를 부른다.
1.
아침 8시 8분, 정류장의 전광판은 다시 멈췄다.
사람들은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이어폰을 꽂은 채 무심히 서 있었지만,
나는 홀로 그 숫자에 매달렸다.
“08:08”의 점멸이 내 심장 박동과 같은 속도로 깜빡이는 순간,
도시 전체가 숨을 고르는 듯 조용해졌다.
2.
그때, 빨간 고무공이 굴러왔다.
아이의 작은 손이 공을 잡으려 몸을 내미는 찰나, 신호등이 바뀌려 했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발을 내디뎠고, 손끝에 닿은 고무공과 아이의 어깨가 동시에 내 손 안으로 들어왔다.
3.
“고마워요!”
아이의 목소리는 순간의 균열 속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신호음이 여덟 번 울렸다. 삑―삑―, 마치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듯 규칙적이었다.
4.
버스 번호 108번이 정류장에 들어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던 나는 세탁소 간판 위 스티커에 눈이 멎었다.
아홉 칸으로 나뉜 검은 사각형 중 맨 위 칸만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그 옆에 흐릿하게 적힌 글귀가 빛났다.
선택이 곧 시간이다.
5.
순간, 버스의 진동이 멈췄다.
대화도, 바퀴 소리도, 도시의 소음도 꺼졌다.
나는 손등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거야.”
6.
을지로 골목. 잉크와 금속 냄새가 가득한 좁은 길로 버스가 들어섰다.
그런데 똑같은 코너가 또 반복되었다. 같은 간판, 같은 실외기 물방울, 같은 금속 긁는 소리.
“잠깐, 이거… 방금 지나온 곳 아냐?”
7.
버스는 고장 난 듯 멈춰 섰고,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내렸다.
나도 따라 내리자 골목 공기가 차갑게 폐 속으로 들어왔다.
실외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여덟 번 튄 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여덟 번.
규칙은 시계처럼 완벽했다.
8.
벽에서 바람이 새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미세한 숨결, 낡은 포스터 아래 숨어 있던 금속문.
녹슨 손잡이 아래 새겨진 숫자 하나.
1.
9.
나는 귀를 댔다. 규칙적인 긁힘 소리가 여덟 번 반복되더니,
낮고 깊은 속삭임이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선택이 곧 시간이다.
10.
손잡이가 미열을 내뿜었다.
놓으면 사라진다는 예감이 뼛속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 골목 끝에서 사이렌 소리가 다가왔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번졌다.
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나는 숨을 몰아쉬며, 문을 밀었다.
낯선 종이 냄새와 함께 어둠이 나를 삼켰다.
클리프행어
문 안에서 계단이 드러났다.
아홉 칸으로 나뉜 창문 중 첫 칸만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속삭임은 이번엔 분명히 내 이름을 불렀다.
“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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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고무공과 신호음 ― “시간의 반복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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