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쟁(연재)

시즌 4-7화: 머무는 자와 지나가는 자

by Leo Song

보이지 않는 전쟁



시즌 4-7화: 머무는 자와 지나가는 자



같은 공간, 다른 사람들


같은 장소였다.

같은 시간,

같은 공기,

같은 조명.

그러나 그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것을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하지만 노인은 말했다.


“아니다.
그건 성격이 아니다.”



머무는 자


머무는 자는
특별히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말이 많지 않았고,
스스로를 변호하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떠나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되어도,
오해가 쌓여도,
누군가 등을 돌려도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머무는 이유는
승리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도망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나가는 자


지나가는 자는
처음엔 열정적이었다.


그는 시작할 때마다 뜨거웠고
결심도 분명했다.


그는 늘 말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나는 반드시 끝까지 갈 거야.”
“이 길이 진리라면, 나는 선택할 거야.”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졌다.


그가 떠나는 이유는
배신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머무는 것이 어떤 무게인지
감당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차이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그 둘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노인은 짧게 말했다.


“시간에 대한 태도다.”

“시간이요?”


“머무는 자는
시간을 살아낸다.
지나가는 자는
시간을 이용한다.”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시간은 검증한다


노인은 천천히 이어 말했다.


“시간은
인간의 고백을 믿지 않는다.”


“그럼 무엇을 믿습니까?”


“반복이다.”

시간은
한 번의 결심을 보지 않는다.


시간은
결심이 무너지는 순간을 본다.


피곤해지는 날을 본다.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을 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을 본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도
서 있는 자를
찾는다.



지나가는 자는 ‘이유’를 찾는다


지나가는 자는
떠나기 전에
언제나 이유를 만든다.


“이건 내가 감당할 일이 아니야.”

“이 공동체는 문제가 있어.”

“나는 더 큰 일을 해야 해.”

“내가 여기서 더 배울 게 없어.”

그 말들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그 말들이 진실이기 전에 방패라는 것이다.



머무는 자는 ‘자리’를 지킨다


머무는 자는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그는 대개
무언으로 버틴다.


그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신에게 맡겨진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셈의 시간은 ‘지나가는 자’를 쓰지 않는다


노인은 말했다.

“하셈은
지나가는 자를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단정적이라 느껴졌다.

그러나 노인은
더 깊은 말을 덧붙였다.


“하셈이 그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가
머무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전쟁은
능력의 전쟁이 아니었다.



머무는 자는 선택이 아니라 존재다


머무는 자는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선택 이전에
이미 존재가 정렬된 사람이다.


그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는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시간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자는 흔적만 남긴다


지나가는 자는
많은 흔적을 남긴다.


열정의 흔적,

약속의 흔적,

감동의 흔적,

사랑의 흔적.

그러나
그 흔적은
마지막에 공허해진다.


시간은
흔적을 기억하지 않는다.


시간은
머문 자만 기억한다.



나는 어느 쪽인가


나는 문득
내가 어느 쪽인지 묻게 되었다.


나는 떠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수없이 떠났다.


나는 버티고 있었지만
내 존재는
때때로 분열되었다.


노인은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질문은 간단하다.”

“무슨 질문입니까?”

“너는
머무는가,
아니면
지나가는가.”



머무는 자는 마지막에만 드러난다


세상은
지나가는 자를 먼저 본다.


그들은 눈에 띄고
소리가 크고
사람을 모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머무는 자다.


머무는 자는
항상 마지막에 드러난다.


시간이 끝날 때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이
증명된다.



다음화 예고


시즌 4-8화 - 「남아 있는 자의 이름」
시간이 지나간 뒤,
누가 기록되는가.



작가의 말


이번 화는
‘믿음의 차이’를 말하지 않습니다.

‘재능의 차이’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번 화는
오직 하나를 묻습니다.


머무는가, 지나가는가.


하셈의 시간은
능력 있는 자가 아니라
남아 있는 자를 통해
역사를 움직입니다.



저작권

본 작품 『보이지 않는 전쟁』의 모든 내용과 설정은
레오 송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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