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리기
감기 뒤꽁무니를 슬그머니 따라 들어온 우울, 불안, 무력감.
여행 끝에 노독과 더불어 침입한 지독한 감기를 어찌 저찌 쫓아내고 나니 코로나후유증 같은 무력감이 덮쳤다.
긍정회로는 전부 다 불통되고 부정회로는 미세가닥까지 살아나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보였다.
초강력 접착제를 바른 듯 방바닥에 들러붙은 무거워진 몸을 간신히 어르고 달래 외출에 나섰다.
오늘 외출의 목적지는 아는 작가님의 소개로 알게 된 도시재생센터.
동네 한쪽에 이미 철거가 예정된 원평지역에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 중인 벽화 그리기에 소심하게 붓을 보태는 일이었다.
예전부터 벽화 그리기에 관심도 있었고, 벽화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도 하여 참여를 마음먹었다.
본격적인 작업 이전에 베이스가 될 바탕 작업을 시도해 보는 일이었는데 고작해야 붓으로 흰 페인트를 살짝 발라보는 정도였지만 생각보다 꽤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찬바람이 코끝, 손끝을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갈 때, 머릿속으로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는 게 느껴졌다.
무력감은 저절로 떠나는 게 아닌가 보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때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밝아져 온다는 걸 생생하게 경험했으니 아직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무력감을 완벽히 퇴치하기 위해 새로운 입력값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