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기
읍내에 나가셨다가 돌아오신 아버지 얼굴에 첫사랑 설렘 같은 환함이 번지고 있었다
장에 갔다 오실 때마다 도시락이며 프릴 달린 블라우스며 늘 새로운 게 따라 나오던 마술사 같았던 아버지의 손
그날도 아버지의 얼굴이며 양손에까지 묘한 설렘이 가득했다 두 개의 비닐가방에 담겨 있던 그것
읍내 의상실에서 찾아오신 영해여중 교복과 체육복
그리고 미처 잡을 새도 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던 하얀색의 내 인생 첫 브래지어
이게 뭐야 냅다 발로 걷어찼던 부끄럽고 쑥스럽고 창피하고
울 아버지 나를 키우심이
당신 최고의 기쁨이었을 것을
이제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냥 알아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