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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疏遠)

by 한나

소원(疏遠)

요즘 들어 친구들이 심심찮게 연락해 온다. 대개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이 얼굴 한번 보자는 연락이다. 기억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그러자고 대답은 하지만 사실 마음은 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되고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 마음이 반응하고 몸이 움직이는 데는 사람마다의 기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원래 성향이 돈독한 친구관계를 진하게 만들어 가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데다 나이가 든 이유도 있겠지만 배움의 주제가 없는 사람과의 만남은 크게 흥미를 못 느낀다. 아마도 앎에 대한 갈급함이 내 정서의 대부분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유추해 본다.
그런 면에서 볼 때에도 공통의 관심사가 없는 사람과의 교류는 갑절의 에너지 소모와 심리적인 허기를 느낀다. 더군다나 오래 아무런 연락 없이 각자의 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편한 만남이 될 수 있을까 싶다. 나이가 들면 알던 사람도 자연스레 줄여 나가는 판에 새로이 관계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그러자고 대답을 했으니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다. 혹 한 번의 만남으로 인생친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나 아직 선뜻 달려 나가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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