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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상

by 황금례 Feb 13. 2025

생일상

매일 내가 눈뜨고 잠드는 공간을 벗어나는 일은 새로운 계절을 맞는 신선함과 견주는 설렘이다.
그것이 하늘을 경유하는 것이라면 설렘지수는 간혹 한도초과의 짜릿함을 맛보기도 한다.
바다 건너 딸내미 생일상을 위한 몇 가지 재료들을 밀폐용기에 담아 가방 귀퉁이에 찔러 넣었다. 머릿속엔  이미 상차림 조감도가 펼쳐지고,  하늘 위의 하늘을 가르는 일은 언제고 나른한 뇌를 자극해 도파민을 생성시킨다. 기체의 떨림도 기우뚱거림도 놀이기구처럼 여유롭게 즐긴다.
야자수가 반기는 익숙한 풍경 속으로 저만치 반가운 실루엣이 미끄러지듯 가까이 다가선다.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바구니에 담고 막냇동생에겐 동태전과 얼갈이 무침을 시키고, 나는 시원하게 북어 미역국을 끓이고 푸딩처럼 보들한 계란찜과 고소하고 쫄깃한 배추 전을 굽고, 색으로도 눈 맛을 사로잡는 잡채를 만들었다. 베테랑 주부들이니 순식간에 휘리릭 상다리가 휘청거렸다. 즐거움과 기쁨, 반가움으로 버무려진 상차림은 입술은 감탄에 침이 마르고 두 손은 젓가락질로 정신이 없다.
한가운데는 딸기가 벨트처럼 빙 둘러진 생크림케이크를 놓으니 완벽한 그림이다. 단감에 맥주까지 곁들인 우리의 시간은 새벽 두 시까지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공중을 붕붕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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