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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by 한나

냄새

지난주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오던 냉이를 캐러 의성으로 향했다 마침 막내제부가 휴일이라 운전수로 동행했다.
제부와는 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 언제 만나도 우리가 사는 다방면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관심도 많고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늘 즐겁게 대화를 이어간다.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겨울을 건너오는 이른 봄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를 재밌게 보냈다.
차에서 물건을 꺼내려는데
"향기가 있네요" "네? 향기요?" 우물쭈물 향기 날 게 없는데...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니고...
순간 '차렷' 명령을 들은 것처럼 긴장됐다.
쭈그리고 앉아 냉이를 캐다보면 흙바람을 뒤집어쓸 것이 뻔하고 머리도 안 감았고, 일부러 세탁을 앞둔 패딩을 골라서 입었던 터라
냄새에 민감한 나는 속으로 망했다
어쩌지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얼어붙은 나를 해동시킨 제부의 한마디.
"왜 사람한테 향기가 난다고 하잖아요 ~~"
그 순간은 당황했던 생각이 전환되지 않아 아 네~ 그러고 넘어갔는데 며칠이 흐르고 생각해 보니 내가 듣기를 원했던 아름다운 말이구나 싶다.
당황해서 제부의 속뜻의 진위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기억할 때 냄새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이가 드니까 사실 이런 부분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젊을 때는 자체로도 빛이 나고, 향기도 나는 법이지만 내 나이 육십 대, 이제 빛과 향기는 삶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을 살고 있다.
겨울에 새벽기도회에 나가 보면 새벽에는 큰 공간이 아니라 작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는데 비교적 연세 드신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환기되지 않은 공간에서 옷에 배인 묵은 음식 냄새 같은 게 자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냄새가 한번 코에 들어오면 머리도 아파오고 어지럽기도 하고 여간 고역스러운 게 아니다.
물론 기력이 없어서 신경을 쓰고 싶어도 못할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겉모습만큼이나 냄새관리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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