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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보다 강한 침묵

by 한나

말 보다 강한 침묵

때로 억울하고 화가 나서
폭탄처럼 쏟아 내고 싶은 말들이 입안에 가득해서 거품을 물게 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온갖 상스러운 말과 엑센트를 다 끌어 와 퍼부어 주고 싶을 때, 꿀꺽 숨 한번 삼키고 한 호흡만 멈추면 내 안으로 다시 끌려 들어간 말은 스스로 분노를 삭이고 가지치기를 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처음 먹었던 마음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입 밖으로 꺼냈더라면 저급한 내 모습에 또 얼마나 실망을 느껴야 했을지,
참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내면의 깊이가 생기고 점점 괜찮은 사람으로 익어가게 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그가 먼저 화해를 요청해 오고 용서를 구해 올 때 나를 분노케 했던 그 일은 오히려 내게 즐거움이 된다.
침묵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때로 침묵은 그 어떤 말 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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