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하나

by 한나

기억 하나

여름이 최고 속도로 질주하는 이맘때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찾았던 강화도 대룡시장의 기억이 아침을 연다.
대룡시장은 그 모습에서 여느시장과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6,25 때 황해도 연백에서 강화교동으로 피난 왔던 주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연백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키 낮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로 흥미롭게 손님을 맞는 곳이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풀어놓는 영화세트장처럼 보이는 곳이다.
떡집, 염색집, 작은 가게들 사이로 바닥에 좌판을 깐 올망졸망한 노점들도 유난히 정겹다.
시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깡 마르고 야무져 보이시는 여든셋의 할머니가 일명 꾀꼬리버섯이라고도 하는 오이꽃버섯을 팔고 계셨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대로 고운 색과 모양도 특이하고 과일향 비슷한 특이한 향을 가진 보기 드문 버섯이다.
엄청나게 귀한 버섯은 아니지만 자잘한 크기로 땅에 바짝 붙어서 흩어져 자라는 버섯이라 티끌도 많이 붙고 채취가 번거로운 버섯이라 했다.
살짝 데쳐서 애호박, 양파와 같이 들기름에 볶다가 새우젓으로 자작하게 끓이면 참 맛깔나는 여름별미를 맛볼 수 있다.
돌아보면 할머니와 오이꽃버섯을 마주하는 일은 지리한 여름날의 쏠쏠한 즐거움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 수년의 공백을 깨고 할머니를 찾아 나서 보려 한다.
그 당시에도 아들이 버섯을 따오면 할머니께서 장에 내다 파시는 거라 했는데 이제 아흔이 다 되셨거나 넘으셨을 거 같은 곱고 깐깐하신 어르신이었는데 뵐 수 있을까.
올해도 그 아들이 버섯을 땄을까
'살아 있으면 내년에 또 만나요' 남편과 할머니가 서로 주고받았던 인사가 마지막이 아니었기를...
주황빛이 살짝 도는 노란 오이꽃버섯이 눈앞에 크게 클로즈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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