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평양면옥

by 한나

평양면옥

딸내미가 살고 있어서 원래도 좋아하는 제주를 자주 가게 된다
딸이 제주에 거주한 지 10년 정도 되니 웬만한 곳은 다 알고 있어서 내가 사는 동네처럼 편하고 친근한 곳이 되었다.
취향도 비슷해서 관광지로 이름난 곳보다는 숲이나 미술관 오름 같은 곳을 즐겨 다닌다. 거기에다 식성까지 비슷해서 양념이 화려한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원재료의 맛이 잘 살아나는 담백하고 수수한 음식을 좋아한다
먹거리 중에 우리 둘 다 정신 못 차리는 평양냉면집이 있다
딸이 사는 곳에서 서귀포에 있는 면옥까지는 4~50분은 걸리지만 그 맛있는 육수를 목으로 넘길 생각에 다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발부터 들뜬 마음은 오로지 냉면 영접에만 쏠린다.
예상대로 홀은 초여름인데도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았고 드디어 마주한 대접 가득 수북한 메밀면과 육수, 오감이 깨어나고 감동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숟가락을 들 새도 없이 그릇째 들고 목축임을 했다.
식도를 타고 배꼽까지 흐르는 시원함과 구수한 육향.
맑은 국물에서 어떻게 그렇게 빈틈없는 구성진 맛이 나는지 감탄과 동시에 뒤따르는 행복감.
곁들여지는 슴슴한 밑반찬도 두세 번의 리필은 기본이다.
화순평양면옥, 육향 가득 배인 육수가 생각날 때 거기 있어줘서 참 고마운 집이다
열기에 삼켜질 것 같은 요즘 같은 날씨에 더 간절해지는 음식이다.

작가의 이전글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