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엄마랑 같이 살면 참 좋겠다'

by 한나

며칠 전 딸내미랑 통화 중에고객으로 오신 분들 중에, 한눈에 보기에도 삶이 여유로워 보이는 어느 모녀의 대화를 내게 전했다.
그 엄마는 딸이 얼렁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딸은 결혼에 관심이 없다는 말로 주거니 받거니 오고 간 대화였다는 것이다.
딸내미가 그들의 대화를 내게 옮기며 그 말 끝에 '나는 나중에 엄마랑 같이 살면 참 좋겠다'라고 했다.
그 한 마디가 왜 그리 고맙고 따뜻하든지 한동안 마음이 포근해져 있었다.
천지의 섭리로 보면 결혼을 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안 하겠다는데 굳이 밀어 부쳐 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내가 아는 분 중에 서각을 하시는 작가 한 분이 지난해 모임 뒤풀이에서 꺼낸 이야기에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작가님은 자주 반찬을 만들어서 미혼인 딸에게 주곤 하는데 그날은 딸이 출근한 시간에 마침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어서 본인이 직접 갖다 주고 오려고 비번을 물었더니 딸이 정색을 하면서 나도 없는 집에 엄마가 왜 가려고 하냐면서 끝내 비번을 알려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나이 앞에 5나 6을 달고 있는 우리는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돌아오면서 눈물이 울컥했다는 말을 하면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었다고 했다.
입으로는 그동안 마음을 많이 다스렸다 말하고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시려 보였다.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요즘 아이들은 그럴 수 있으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편과, 결혼을 했다면 또 모르지만 미혼인데 너무 한 거 아니냐는 편이 만들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후자에 나도 속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우리 딸내미는 연락도 없이 찾아가도 집에 없을 땐 비번을 찍어 주고, 있을 땐 벌컥 문을 열어 주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었구나 싶다.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도 예전의 사람이 아니니 달라진 시류에 맞춰 사는 게 맞는 일이겠지만 가슴속으로 새어 드는 쓸쓸한 바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나라면 찾아와 주는 게 고마워서 종일 주방 앞을 떠나지 못할 텐데.
슬슬 무릎도 흔들리고 체력이 달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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