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by 한나


어젠 일 좀 했다고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건지, 장기가 늙어서 먹은 음식이 에너지로 변환되지 못하는 것인지 종일 이불 위에서 셀 수 없이 자세만 바꿔가며 돌아 눕기를 반복했다.
하루 옴팡 먹고 눕고 반복해도 여전히 개운치 않은 몸, 괜한 짜증과 심술이 비누거품처럼 부글 거렸다.
까딱하다가는 오늘도 어정버정 날려 버릴 것 같아 서둘러 집을 나왔다.
계절은 티 나지 않게 야금야금 얼굴을 달리 하며 다음 계절로 넘어서는 중이었고, 쾌청해진 공기 사이사이로 여물지 않은 가을이 묻어나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 머리 위로 쏟아지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맘속으로 그리고 있는데 앞문이 열리고 예상치 못했던 반가운 얼굴과 조우했다.
그녀는 근처 초등학교에 강의를 가는 중인데 차를 두고 버스를 탔다며 반가워서 서로 팔팔 거리다가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밥이나 같이 먹자며 도서관 앞에 나란히 내렸다.
김밥 세 줄을 주문하고 그간의 안부와 서로의 일상에 대한 수다에 빠져 들었다.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고, 공통의 관심사가 많아서 우리의 이야기는 끊길 틈이 없었다.
그녀는 최근에 인생 첫 책을 출간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가졌노라며 네이버에 검색되는 본인의 책을 보여 줬다.
이미 알고 있었던 소식이었지만 신기했다.
무엇이든 배우는 일이라면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녀도 나도 인생 후반을 나름 잘 걸어가고 있는 걸까.
그녀를 보내고 도서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는 속도는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고 자꾸 정신이 흐릿해진다.
얼음 가득 채운 요거트 한 컵을 빠르게 비우고 나니 바람 드는 창가에 선 듯 눈앞이 맑아지고 선명해진다.
무겁게 시작했던 하루가 뜻밖의 만남과 요거트 한 컵으로 기분 좋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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