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석 Jul 11. 2024

마음을 표현하는 것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혹시 마음을 표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내담자: 갑자기요? 왜요? 그냥 아무 그림이나 그리는 게 더 편하고 좋은데..


나: 물론 알고 있죠. 그렇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치료적으로 의미가 충분히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담자가 원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예요.


내담자: 제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걸 그림으로 그리라는 거예요?


나: 꼭 그림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엄청나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나는, 내담자가 어떤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궁금할 뿐이에요.


내담자: 음. 너무 어려워요. 추상적이고, 생각하기 힘들어요.


나: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담자의 마음을 표현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혹시 그렇게 들렸으면 미안해요. 내가 보다 잘 설명해주지 못했네요.


내담자: 아..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약간 당황했어요. 내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거든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볼게요.


나: 네 좋아요. 괜찮아요. 저도 좀 성급했죠. 만나자마자 바로 마음을 표현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직면을 했으니 말이죠.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미성숙한 상담자네요.


내담자: 아니에요. 그렇지는 않아요. 만약 선생님이 정말 충동적이고 성급하셨다면 아마 제가 상담실을 오지 않았을 거예요. 불편했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선생님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사람이에요. 제가 이야기하니까 뭔가 좀 이상하네요..


나: 이런,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고마워요. 감동받았어요.


내담자: 쑥스럽습니다. 아! 그림 생각났어요. 바로 그려봐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오늘은 그림이 잘 안 그려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나: 생각난 그림이 있군요. 바로 그려보면 좋죠. 그전에 혹시, 그림이 잘 안 그려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내담자: 오늘 좀 많이 예민하거든요. 잠자다가 꿈도 꿨고, 꿈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아침이 되어서 부모님과 말싸움하고 집에서 나왔는데 바로 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서도 바로 앞에서 또 놓쳤거든요. 오늘은 뭔가 제 마음대로 잘 안 되는 느낌이에요.


나: 그렇군요. 전반적으로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 하루가 피곤하고 지쳐있는 느낌이네요. 꿈에 대한 부분도 많이 궁금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게요.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내담자: 네. 선생님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니까,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요. 그래서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릴 계획인가요? 이곳에서는 내담자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요.


내담자: 일단 카네이션을 그려볼게요. 얼마 전에 스승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시간 되면 다른 그림도 그려볼 생각이에요.


나: 오 아주 좋네요! 카네이션 그림 기대됩니다. 바로 그려볼게요.



상담실에 오는 내담자는 분명히, 뭔가 해결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로 상담자에게 이해받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이번에 좀 서툴렀다.


빨리 내담자의 마음을 알고 싶었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담은, 상담자의 생각만으로는 절대 진행되지 않는다.


내담자와 같이 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담자에게 강요를 했다. 


이 사실은 상담자에게 있어서 큰 문제다.


내담자를 불편하게 했고, 당황시켰다.


물론 내담자에게 필요한 불편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담자는 지금 몇 번 만나면서 겉도는 중이기에, 상담실에서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의 생각에 좀 더 고급진, 존중과 배려가 담긴, 그런 말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섣부른 말과 행동을 했을까?


이 부분을, 나를 상담자의 길에 올 수 있도록 해주신 나의 교수님에게 물어보고, 정신분석을 받을 생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