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솔직함과 정성 그리고 노력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안녕하세요. 비 오는데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내담자: 안녕하세요.
나: 잘 지내셨죠? 지난주 상담을 마치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내담자: 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선생님은 별일 없으셨나요?
나: 오, 저도 별 일 없이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이제 저 안부도 물어보시는군요.
내담자: 물어보는 게 이상한가요? 그냥 물어본 건데..
나: 이상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제 안부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오늘은 상담실에 오시기 전에 뭘 하셨을까요?
내담자: 그냥 집에 있다가 밥 먹고 왔어요.
나: 혼자서 먹었을까요?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을까요?
내담자: 부모님과 같이 외식하고 같이 왔어요.
나: 부모님도 상담을 진행하고 계시죠.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왔군요.
내담자: 네. 선생님은 점심식사 하셨나요?
나: 네. 저도 밥을 먹었죠.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김밥 먹었어요.
내담자: 김밥만 먹고 일하시면 힘들 것 같아요.
나: 오, 오늘 저를 많이 신경 써주시네요! 정말 고마워요. 김밥만 먹고 일하면 힘들긴 하죠. 그래서 오늘 마지막 일정이 끝나면 맛있는 저녁을 먹을 생각입니다.
내담자: 저도 저녁에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마라탕 먹기로 했거든요.
나: 마라탕 너무 맛있죠. 매운 것도 잘 드시나요?
내담자: 네. 정말 좋아해요. 친구들은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제가 매운 마라탕을 전부 다 먹어서 기분도 좋고, 배도 불러요.
나: 정말 좋네요. 마라탕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배고파지는 느낌입니다. 부모님과는 어떤 음식을 먹었어요?
내담자: 중화요리를 먹고 왔어요. 음식은 맛있었는데요. 부모님과 밥을 먹는데 불편했어요.
나: 어떤 부분이 불편했을까요?
내담자: 아니 밥을 먹는데, 어른이 먼저 식사를 하고 먹어야 하는 거나, 국물을 그릇 채로 마시는데 엄마가 엄청 눈치를 주시는 거 있죠? 진짜 밥 하나 먹는 것도 뭐 이렇게 규칙이 많은지, 정말 불 펴했어요.
나: 식사를 할 때 예절이라던가 규칙 같은 부분이 불편했군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내담자: 그래서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깨작깨작 먹다가 나왔어요. 진짜 밥 먹을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선생님도 어른이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있을 거잖아요? 같이 식사할 때 어떻게 하세요? 아 진짜 지금 생각해도 짜증 나요.
나: 많이 힘들었나 봐요. 이렇게까지 표현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네요. 저도 역시 어른들과 식사를 할 때면 예절을 지킨답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그런 예절은 신경 쓰지 않는데, 가족모임이나 회식을 하게 되면 그래도 규칙을 지키는 편이에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저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내담자: 아하.. 원래 지켜야 하는 것이군요. 그래도 부모님이 먼저 말로 설명을 해줄 수도 있잖아요. 그냥 그렇게 눈치 주는 게 저에게 알려주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제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쳐다보는 게 정말 싫었어요.
나: 마치 범죄자처럼!일까요?
내담자: 네!! 그거예요!! 제가 죄짓고 벌 받는 사람 같았어요!! 그 느낌 정말 싫어요. 근데 그 느낌을 부모님이 나에게 느끼게 했다는 것이 더 싫어요!!
나: 이런 느낌은 정말 싫죠. 제 부모님이 저에게 이런 느낌을 줬다면, 저도 정말 싫어했을 것 같아요.
내담자: 하 정말.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렇게 열심히 표현하게 되네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속은 좀 후련한 느낌이에요.
나: 다행이네요.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내담자: 아니에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배고파지네요. 디저트 먹고 싶어요.
나: 디저트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먹고 싶은 디저트를 그림으로 그려볼까요?
내담자: 네! 근데, 선생님이 제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주셔서 제가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편했던 것 같아요.
나: 오 이런, 이렇게 자신을 통찰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걸요! 나중에 지능검사도 한번 해봐야겠네요. 분명 지능이 높을 것 같아요.
내담자: 지능검사라는 게 있어요? 진짜 조만간 꼭 해볼게요.
나: 네 좋습니다. 그럼 오늘도 그림을 한 번 그려볼게요! 나중에는 내담자의 억울하고 억눌린 마음을 그려볼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은 디저트 그림을 그려볼게요.
내담자: 네. 억눌린 마음을 그린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디저트가 당기니까 디저트 그림을 그릴게요.
지금 나와 내담자가 나눈 이야기를 살펴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솔직함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담자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는 편이고, 나 또한 궁금한 부분들을 내담자에게 물어본다.
이렇게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서로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해 준다.
다시 말해 솔직해지면서 '아, 상담실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도 괜찮구나.'라는 느낌을 머리와 마음으로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정성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특히 내담자가 감정에 대한 부분을 표현한다면, 대부분이 어두운 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억눌리고, 억울하고, 그로 인해 짜증 나고, 불안하고, 위축되는 것과 같은 느낌들은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솔직하게 대답하고, 정성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담자는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내가 콕 집어서 "그 감정을 열심히 표현해 보세요."라고 하지 않아도 내담자가 알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게 상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의 '충분히 좋은 어머니 (good enough mother)'라는 이론적인 개념과 관련이 있다.
다음 글에서 이 내용을 조금씩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