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나만의 휴일이다. 직장에 가지 않기로 정한 날이다. 대신 독박육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주말에 일을 나간다.
늘 함께 한 담배와 연기를 만나지 않으니 기분이 묘하다.
낮잠도 잤고, 저녁도 너무 잘 먹었다.
심지어 저녁에 와인 1병을 다 마셨다.
진짜 맛있었다.
그런데도 담배와 연기가 잊히지 않는다.
내 입술이 담배를 맞이하는 순간이 기억에 맴돈다.
술로 담배를 잊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가족들과 함께 밤 10시에 잠들었다.
그리고 나는 두 시간 뒤인 12시에 정확히 깼다.
눈이 말똥말똥하다.
피곤하지가 않다.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다.
니코틴과 타르 그리고 다양한 중동성분들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겠지.
소변, 대변, 땀 그리고 가래 등으로.
그런데, 밤 12시에 말똥말똥한데, 괜찮은 건가?
하물며 꿈속에서 담배와 연기가 친구로 나와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서로의 몸을 꽉 쥐면서, 담배와 연기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왔다가 하면서 놀았다.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인가?
오늘은 술을 더 이상 먹지 않겠지만, 스파클링 라임 1L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담배를 끊는데, 담배에 대한 글을 쓰면 담배 생각이 더 많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담배에 대한 글을 쓰니까 속이 풀리는 느낌이다.
응어리가 모여 덩어리가 된 내 마음속에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다.
진짜 재미있네.
내일은 또 어떤 느낌이 들까?
담배 끊은 지 2~3일 차. 2024.09.26
미친다 진짜
담배 피우고 싶어서
연기 먹고 싶어서
피곤함이 몰려왔다가
개운함으로 다가오고
공허함이 유지되다가
무기력이 찾아오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개탄스럽기도 하다가
분노하며 화를 내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다
바로 오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에게 몸을 내어준 최고의 친구
내 투정과 온갖 말들을 다 받아준 배려 깊은 친구
...
하지만 내 몸을 망가뜨리는 악마 같은 친구
내 친구의 대리인
악마가 찾아왔다.
그리고 악마가 나에게 묻는다.
"이별, 견딜만해?"
나는 대답한다.
"죽겠어. 그래도 헤어져야지. 나는 최고의 친구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네."
악마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또다시 나를 유혹한다.
"너를 위해 희생하는 친구는 이 세상에 없을 거야. 덕분에 너도 좋았잖아? 마치 네 몸을 전부 훑는 그 느낌, 머리가 맑아지면서 차분해지는 그 느낌 알잖아."
내가 종지부를 찍는다.
"알지. 그래서 계속 힘들 거야. 그리고 네 말에 모순이 있지. '좋았잖아?'라고 한 건, 너도 이미 내가 헤어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네가 아무리 나를 유혹해도 또다시 넘어가지 않으려고. 생각은 계속 날 것 같아. 그래도 앞으로 너의 유혹에 매료되지는 않을 거야."
악마는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사라진다.
"그래. 내일도 찾아올게. 수시로 널 찾아오는데, 네가 가장 힘들어할 때 너에게 다가갈 거야. 어차피 평생이니까. 오늘 넘어오지 않았다고 해도 괜찮아. 안녕."
담배 끊은 지 4~5일 차. 2024.09.28
보고 싶다.
사고 싶다.
만지고 싶다.
먹고 싶다.
빨고 싶다.
내 뇌가 기억을 한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그리고 하얀 연기.
절친을 마시는 상상을 한다.
절친을 불에 태우는 상상.
절친을 죽이는 생각.
...
절친을 죽이는 순간,
나도 같이 죽어가는 건 현실이다.
악마는 항상 내 곁에 있다.
그리고 늘 나를 유혹한다.
"오늘도 나 보고 싶지 않았어? 나는 항상 너를 기다려.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렸는데, 나를 안 볼 거야?"
나는 힘들지만 다짐하듯 이야기한다.
"너는 정말 매혹적이야. 그래서 늘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 하지만 너는 나에게만 모든 걸 내어주는 게 아니잖아?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모두에게 너를 내어주지. 그래서 너는 나에게 특별하지 않아. 이제는 내가 너를 좋아할 이유가 없어."
악마는 아쉬워한다.
"알아버렸네. 나는 너의 소유물이 아니야. 그럼에도 내가 계속 보고 싶을 거야. 내가 네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거니까. 너는 힘들 때마다 나를 찾잖아. 내가 너를 힘들게 할 거야. 기다려. 곧 만나자♥"
나는 지칠 대로 지쳐서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했다.
"네가 힘들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힘들거든? 그러니까 그만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줄래. 그리고 너는 담배도 아니고 악마잖아. 심지어 담배는 이렇게 나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단 말이지. 그냥 자기 몸만 태우는 거야. 너랑 친한 게 아니야. 나는 담배를 좋아하는 거지. 아니 좋아했었지. 그러니까 너는 그냥 악마야. 담배의 대리인이 아니야. 그러니까 좀 꺼져. 제발."
담배 끊은 지 6~7일 차. 2024.09.30
내가 가장 친했다고 느끼는 친구.
계속 생각날 만큼 특별했던 친구.
진지하게 다시 필까 고민한 친구.
하지만 나만의 절친이 아닌 친구.
이제 나를 위해 헤어져야 할 친구.
악마는 말한다.
"난 항상 네 옆에 있어. 너 말이야. 평소에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매일 겪지 않아? 평소답지 않다고 느낄 텐데, 잘 버티네?"
나는 대답한다.
"진짜 희한한 일들을 다 겪으면서 짜증 났거든? 잘해준 사람들한테 뜬금없이 거부당하고, 상사한테 뜬금없이 지적당하고,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진짜 담배 피우고 싶더라. 그런데, 안 피려고 마음먹으니까 피고 싶다는 생각에서 끝나던데? 네가 나를 아무리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근데 넌 왜 늘 내 꿈에, 밤에 잘 때 나타나서 내 잠을 방해하는 거야?"
악마는 "너 담배 피우게 하려고. 이렇게 너를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 너는 당연히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네가 담배를 피우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 나는 그 순간을 기대해."라고 했다.
나는 "너 덕분에 담배한테 남아있는 정이 뚝 떨어졌다. 이제는 충분히 헤어질 준비가 끝났네. 진짜 너 덕분이야. 고맙다. 그리고 안녕. 아, 네가 기대하는 순간은 오지 않을 거야. 평생 기다기만 해."
진짜 담배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납니다.
그리고 감정기복도 심해지고, 계속 움직이게 됩니다.
계속 먹게 됩니다.
일도 전보다 열심히, 빠르게 합니다.
그리고 내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유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식후땡
똥담
출, 퇴근길
모닝빵
슬립빵
하루종일 담배생각입니다.
담배와 연예를 했나 싶네요 :-)
아직까지 눈의 피로는 풀릴 생각이 없나 봅니다.
하지만 금연 1일~7일, 하루하루 기상했을 때 개운함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담배값으로 1주일에 13,500원 정도 썼는데, 그 돈을 제 딸 통장에 매주 넣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