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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Nov 14. 2024

지나친 배려와 예민함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지나친 배려와 예민함

마린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어서 와요. 아픈 건 어때요? 괜찮아요?


내담자: 안녕하세요. 네. 많이 괜찮아졌어요. 하지만 아직 콧물은 나와요.


나: 고생 많았네요. 그래도 지난주에 여기 오지 않고 쉬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학교는 다녀왔어요?


내담자: 한 번 못 갔는데, 그때 집에서 계속 누워있었어요. 이번에 정말 크게 아팠던 것 같아요.


나: 정말 고생했어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쉴 정도였으니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지금은 나아져서 다행이에요.


내담자: 네. 정말 다행이에요.


나: 부모님은 뭐라고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내담자: 딱히 그런 건 없었는데, 걱정해 주시는 느낌이 있었어요.


나: 그렇군요. 부모님이 내담자를 걱정해 주는 느낌이 들었군요. 하지만 아팠으니까, 뭘 느끼고 싶다고 해도 아픈 게 제일 컸겠죠.


내담자: 네. 맞아요. 아프니까 모든 게 짜증 나고 힘들고 밥도 먹기 싫고 물도 안 마시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나: 그래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약 먹기 전에 뭐라도 먹었죠?


내담자: 네. 저는 먹기 싫었는데, 엄마가 결국 죽이라고 한 입 먹으라고 해서 그것만 먹었던 것 같아요. 원래 약 먹기 전에 뭔가 먹는 게 좋은 건가요?


나: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약이 몸에서 분해되고 흡수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공복일 때는 속이 쓰리거나 울렁거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음식을 섭취한 뒤에 약을 복용하는 게 좋죠. 아마 약사 선생님이 훨씬 잘 아실 거예요.


내담자: 그렇군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밥을 먹고 약을 먹으라고 했군요. 저는 이런 이유도 몰랐네요.


나: 괜찮아요. 모르면 어때서요. 하지만 엄마가 먹으라고 했는데 싫은 마음을 억누르고 한 입 먹은 내담자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담자: 왜요? 아.. 제가 상대방을 이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나: 아니요. 이건 타인을 배려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나누고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도 있죠. 본인의 의지로 말이죠.


내담자: 잠시만요. 무슨 이야기인지.. 제가 이해한 건, 제 의지로 밥을 먹은 것... 맞네요. 제 의지로 밥을 먹었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냥 엄마가 억지로 밥을 먹였다고 생각했거든요.


나: 그렇지만 입을 벌린 건 내담자 본인이죠? 혹시 엄마가 막 내담자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벌리거나 한 건 아니죠?


내담자: (웃음) 네.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엄마의 의견을 제가 받아들인 거네요.


나: 네. 이 부분을 이렇게 다시 짚어보니까 어때요?


내담자: 저와 다른 의견을.. 제가 직접 의견이 다르다고 이야기한 것도 신기하고, 엄마의 억지가 있었지만 제가 엄마의 말을 받아들인 것도 신기하네요.


나: 상담 전과 현재의 내담자가 하는 행동은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 있어요. 왜냐하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건 동일하거든요. 하지만 전에는 타인의 의견이 내담자 본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부러 받아준 것이죠. 지금은 다른 의견임에도 스스로 상대방을 받아들인 것이고요.


내담자: 역시 오늘도 어렵네요. 그렇지만 차이가 있다는 건 알 것 같아요. 분명 저는 제가 힘들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맞춰주며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의견과 타인의 의견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 같아요. 비록 엄마지만요.


나: 괜찮아요. 엄마여도 상관없죠. 오히려 저는 엄마와 이런 상황을 통해 잘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수많은 타인들과 갈등이나 의견 대립이 있을 거니까, 그때마다 지금 이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담자: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뭔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리고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나: 아주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죠. 앞으로도 더욱 좋은 쪽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담자: 감사해요.


나: 내담자는 정말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너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타인을 맞춰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담자: 헐...


나: 아마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을 것 같아요. 심각하게 예민한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과 만나게 되는 타인들에게 맞춰줄 수 있거든요. 예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 부분이 내담자에게 있었다고 보이네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상태였을 것 같아요.


내담자: 또 충격받았어요 선생님. 진짜 그런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 네. 다음 상담을 하기 전에 이 부분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그래서 이야기를 꺼내봤어요. 지금 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까요?


내담자: 충격이에요. 그렇지만 제가 예민해서 사람들에게 맞춰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제가 둔하거나 착해빠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나: (웃음) 착해빠진 내담자군요. 정말 착해빠졌네요.


내담자: 또 놀리죠! 이런, 제가 선생님한테 놀림받을 내용을 제공해 버렸네요. 으으...!!


나: 이런 내담자의 모습에 놀리게 되네요. 하지만 많이 놀리지는 않을 거예요. 걱정 말아요.


내담자: 그것도 놀리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 그림이나 그릴게요. 오늘은 그림 그릴 거예요


나: 네 좋아요. 그림 바로 그려봐요.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면 되겠네요.





진짜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티 내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잘 맞춰주고, 배려해 준다.


지나치게 말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내담자를 예민한 사람이라기보다 편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거의 모든 걸 맞춰주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었냐 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한눈에 보인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은 이미 마음속에서 묵살시키고 타인에게 맞추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만약 나에게 또는 타인에게 정말 잘 맞춰주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정도 의심해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예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것들을 맞춰줄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은 계속 고통받고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엄마와 아빠와 본인과 동생. 네 식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네 식구가 식사를 하는데, 엄마와 아빠가 동생에게 맛있는 반찬을 챙겨주고 본인에게는 그저 그런 반찬만 챙겨준다면 본인은 서운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본인은 부모님에게 "나도 맛있는 반찬 줘!"라고 말할 수 있다.


부모님은 "그래, 알았어. 너도 맛있는 반찬 줄게." 또는 "맛있는 반찬을 너도 먹고 싶었구나? 따뜻하게 해서 다시 줄게."등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동생을 먼저 챙겨야지! 너는 동생보다 먼저 태어나서 동생을 챙겨줄 생각도 안 하니?"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어떤 식이라도 부모님은 본인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본인은 많은 것을 배운다.


동시에 성장하는 것이다.


만약 정말 예민한 본인이라면 "나도 맛있는 반찬 줘!"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아 맛있는 반찬 많이 먹어."라고 했을 수 있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담자는 지금까지 동생에서 맛있는 반찬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내담자 스스로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강압적이거나 회피적이 아닌, 건강하게, 솔직하게 타인과 의견을 조율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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