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by 기분울쩍

점심시간 후 학교 앞 문방구에서 어떤 아이가 사 온 뜨거운 붕어빵을 옆 자리 학생들끼리 서로 많이 먹겠다고 싸우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선생님이 애들한테 일주일에 한 번씩 붕어빵을 주려고 한다.


그냥 한 개씩 주면 간단하다. 그런데 쉽지 않다. 선생님이 돈이 많이 없다. 고민하던 선생님은 50평 아파트에 사는 애들까지 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들이 어디 사는 지를 조사해야 했다. 학생 면담을 통한 가정조사를 통해 50평 이상에 사는 애들은 일단 걸러내고 붕어빵을 사주려고 하는 데 다음 날 한 학부모가 전화를 한다.


아파트야 50평이면 엄청 부자지만 농사짓는 우리 집은 50평이 넘어도 어렵다고..


선생님은 아차하고 집이 아나라 재산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다시 조사했다. 머 사회통념상 5억 원 이상 걸러내면 되겠지 하고.. 이번에는 학생들 통해서 서면으로 가정조사를 했다. 대충 정리하고 5억 원 재산가들은 정리하고 붕어빵을 사주려고 하는 데.. 다시 다른 학부모가 전화를 한다. 옆집은 재산이 4억이지만 한 달에 1천만 원을 버는데.. 우리 집은 재산이 5억이지만 월 100만 원도 못 번다고..


들어보니 말이 된다. 선생님은 다시 고민을 한다. 맞아 당장 버는 돈이 더 중요하지.. 밑에 깔고 있는 재산보다는.. 그래서 소득을 더 중요시하고 재산을 0.5를 곱해서 12로 나눠 월 소득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먼가 되는 듯하다. 있어 보이고.. 월 소득이 500만 원이 넘는 가정은 자기 돈으로 사 먹으면 될 듯해서, 그 밑으로만 사주려고 정리했다. 이제 빵을 사면 되겠지 했더니 다시 전화가 온다. 뒷집은 작은 상가가 하나 있는 걸로 아는

데 재산과 소득이 자기보다 분명히 많은 데 거짓으로 알려준 것 같다고..


순간 멘붕이 온다. 가정조사한 모든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다. 선생님은.. 이제 내 선에서 해결이 안 될 듯하네.. 하며 교장선생님을 찾아간다. 교장선생님은 버럭 화를 내시며 그냥 있으면 될 걸 괜히 일을 만드셨다고 하신다. 그래도 취지가 가상하시다면서 비정규직 한 명을 뽑아서 붙여주시겠다고 하신다.


그 사람과 함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다. 이건 다 못 믿겠네.. 하며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본다.. 요즘 대세가 IT니 컴퓨터를 써보자.. 옆에 있는 세무서에 찾아가서 다짜고짜 부모들 소득과 재산정보를 내놓으라고 한다. 먼 소리여.. 라며 무시하다가 그래도 붕어빵 사준다는 취지가 좋다면서 세무서장님이 정보를 시스템에 연계시켜 주신단다. 그런데 자기는 국세만 다루니 지방세는 군청을 가보라고 한다. 재산세가 지방세니 또 군청을 찾아가서 다짜고짜 내놓으라고 한다. 군수님도 처음엔 난감해하시다가 취지가 좋으니 연결해 주겠다고 하신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며 선생님과 비정규직은 엔터키를 누른다. 재산 소득순으로 일렬로 뜬다. 와 이 애가 이렇게 잘 살았어? 이 애는 참 어렵네.. 하면서 붕어빵 줄 애들을 추렸는 데. 또 전화가 온다. 건넛집은 재산이 모두 할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는 데.. 사실 엄청 부자란다. 닝기리..


교장선생님을 또 찾아간다. 또 화를 버럭 내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어쩌냐고 하시며 비정규직 2명을 더 붙여주신다. 그 비정규직들은 집집마다 불시에 찾아가 재산상태를 점검한다. 혹시 동거인이 있는지.. 재산을 빼돌리지는 않는지 계속 감시한다. 학부모들이 전화를 한다. 붕어빵 안 먹어도 좋으니 제발 그만하라고..


선생님은 이제 비정규직 3명을 채용했고 시스템도 구축했기 때문에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드디어 모든 준비를 끝내고 소득재산 기준으로 50% 애들에게 붕어빵 하나씩을 줬다. 붕어빵을 받은 애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반절을 붕어빵을 안 받은 애들에게 줬다. 선생님은 화를 버럭 냈다. 내가 그 붕어빵을 너희들에게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 데.. 안 받아도 되는 애들에 데 붕어빵을 나눠주냐고.. 한 번만 더 그러면 손바닥을 열대씩 때린다고 했다.


그런데 또 전화가 온다. 붕어빵을 학교 앞 노점에서 다 사버리면 우린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을 또 찾아간다. 또 화를 내신다. 그래도 매몰비용이 있어 비정규직을 또 붙여준다. 그 사람이 매달 공개입찰을 받아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에 붕어빵을 맡기기로 한다.


근데 이제 맛이 없다. 납품가가 너무 싸다 보니 밀가루도 중국산, 팥도 중국산, 그리고 양도 예전의 반이다. 선생님이 그렇게 고민을 해서 붕어빵을 사줬는 데 아무도 안 먹는다.


정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