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학문이다.

by 기분울쩍

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듣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역사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역사도 학문이니만큼 새로운 학설이 등장하면 사료와 고증으로서 논쟁하고 학계의 통설로 인정된다면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것이 맞다.


역사는 임금이 보는 역사가 있고 사대부가 보는 역사가 있고 민초가 보는 역사가 있다. 승자가 쓰는 역사도 있지만 패자라서 쓰이지 못한 역사도 있다. 남녀가 헤어져도 추억이 다르고 명품백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생각이 다르듯이 역사는 다양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불리할 때 말하는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라는 말이 통용되려면 찬성의 주장이 강조되는 역사뿐만 아니라 비판에 비중이 실린 역사도 같이 기록되어서 남겨져야 한다. 이건 양비론도 아니고 흑백논리, 승자독식의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역사적 관점 안에서 둘 다 나쁘다의 양비론이나 나쁘지만 이런 측면은 좋았다 식의 공과론은 후세의 역사인식 형성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관된 시각에서 문제를 심도 있게 투사해내야 하나의 역사관이요, 이러한 일관된 역사관에 입각한 역사들이 많이 존재해야 후세들이 과거를 평가하고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 않겠는 가..


그러나, 환단고기는 다른 문제이다. 과거에 있는 일을 지금 현 시대 사람들이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해도 그 정도의 역사라면 여러 나라 역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해야 한다. 한 명이 근거 없는 역사관으로 책을 서술했다고 해서 이걸 사료라 받아들일 수 있는가.


환단고기에서 우리 고대 역사가 자랑스러우니 이를 역사에 편입시키자는 논의는 사료와 고증이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통령지시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고 교육부에서 역사 교과서에 실어서 우리 역사가 되었다고 치자. 그럼 이게 진짜 우리 역사가 되고 세계적으로 우리 역사로 인정받는 것인가. 환단고기가 있으니 우리 사료가 있다가 아니라 환단고기를 뒷받침할 우리 및 다른 나라 사료도 찾고 다른 나라 역사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요 차가운 이성이다. 역사가 국수주의로 빠지면 역사는 정치가 되고 정권의 이념이 된다. 역사도 학문이다. 가설이 제기되면 충분하게 검증과 비판을 받아야 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면 기각되어야 한다.


우리는 히틀러가 침략을 통한 영토확장과 유대인 등 비게르만족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게르만족을 인류의 가장 우월한 문명 창조자로 왜곡한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안넨에르베라는 역사왜곡기관을 통해 아리아족이라는 개념을 왜곡하고 고고학적 증거를 조작하여 나치의 선전도구를 삼으려 했던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진짜 ’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좀 바른 길로 가자. 그 길이 제일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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