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개혁위원회에 대한 소고

by 기분울쩍

국무총리 산하로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저번 계엄정국에서 발산된 국민의 열망을 제도 개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그때 참여했던 시민단체 인사들 중심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취지는 백번 공감한다. 다만 방식은 공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끼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시각은 장기적이고 방식은 점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자기에 투표한 사람들만 모아서 정부위원회를 꾸리면 시각 자체가 경도될 수 있고 나중에 도출된 결론도 왜곡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적 동의 도출이 어렵다.


정의사회구현, 신한국건설, 국가 대개조, 국가대전환, 사회대개혁.. 이런 구호 익숙하지 않은가? 대충 저런 전체주의적 구호를 쓴다면 진정한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지지층을 결집하고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대국민 사기라고 보면 100% 맞다.


진정 개혁을 하고 싶다면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자기들이 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줄이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지방권력과 토호세력 간의 유착을 없애고 자기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의 과도한 보수를 삭감하고 각종 특권을 없애고 각종 위원회 및 정부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할 일이 너무 많다.


칼 포퍼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열린 사회를 제시하고, 열린 사회를 오류 가능성을 인정학고 비판과 토론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사회, 다양한 의견, 가치, 신념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용하는 사회, 작고 실험적인 개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권력의 교체가 폭력이 아닌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사회로 정의하였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맞지 않는가?


빨갱이니 반국가세력이니 이따위 망발로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대통령의 말, 정부의 발표는 바뀌지 않는 진리인 것처럼 토론과 비판을 거부했던 정권을 우리 그동안 자주 봐왔다. 이제 그러면 안 된다. 어떻게 탄생한 정부인가. 계엄이라는 우리 민주주의가 망할 뻔 한 위기를 극복하고 탄생한 정부가 아닌가. 전 정권과는 다른 방식, 다른 접근으로 열린 사회로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


3대 개혁이니 헌법수호 TF니 사회대개혁위원회이니 최근의 행태를 보면 우려스럽다. 우리의 계획이 우리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이 다 옳다. 그러니 우리가 다수의 지지와 권력을 가지고 사회를 대개조할 테니 잔말 말고 따라와라. 반대하면 내란추종세력으로 간주한다. 이것이야말로 칼 포퍼가 열린사회의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는 역사주의적 접근이다. 이런 역사주의적 접근은 토론과 비판을 막고 결국은 자신들의 목표달성을 위해 반대편을 탄압하는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칼 포퍼는 일갈하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신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나 정당이라도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면 당연히 비판을 해야 하건만 무조건 실드 치기에 바쁘다. 상대방이 그걸 비판하면 자신을 비판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선동이니 발목 잡기니 하며 토론 자체를 거부한다. 상당히 위험한 징조이다.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태도는 ‘나도 틀릴 수 있고, 당신도 틀릴 수 있고, 나는 틀렸는데 당신은 옳을 수 있다’인데, 작금의 한국 사회는 ‘나는 절대적으로 옳고, 당신은 절대적으로 틀렸다’의 진영논리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전혀 없다. 똑같은 정책도 상대편이 하면 악습이고 적폐지만 우리 편이 하면 불가피한 선택이고 좋은 정책으로 탈바꿈한다. 돈 쓰는 공무원은 동일한데 저번 정부 최대 악습이었던 특활비는 이번 정부에서는 정부 운영에 꼭 필요한 예산이 되었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토론을 많이 해야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자신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가르치면서 많이 배우는 이유는 자기에게 쉬운 것이 다른 사람에겐 어려운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과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겠는가. 우린 그들보다 나은 사회에 살고 있지 않는가.


사회대개혁위원회.. 장담하건대 뭘 했는지도 모를 것이고 내놓는 거대담론도 실패할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분명히 외부의 적.. 수구 기득권 세력의 저항일 것이고... 지금 시대가 바뀌어서 기득권 세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기득권 세력들이다. 아직도 전두환이 조정하는 안기부가 감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나? 우리가 기득권 세력이고 아무것도 없는 20대 이하가 약자이다. 사회대개혁 같은 허튼소리 하지 말고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 중 고쳐야 할 것이나 빨리 고쳐서 다음 세대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이나 만들어라.


작은 10을 10개 고치는 것이 큰 100 하나 고치는 것보다 더 쉽고 더 세상에 기여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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