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소통..

by 기분울쩍

할아버지는 후진국에서, 아버지는 개발도상국에서, 아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할아버지는 먹고살기 바빴고, 아버지는 성공하기 바빴고, 아들은 혼자 살기 바빴다. 이러니 서로 대화가 잘될 리 없다.


40.50대는 엄청난 쪽수와 현재의 경제적 위치를 토대로 선거에서 압승을 하며 국민연금, 정년연장 등 자신의 기득권 확보에 여념이 없고,


그러는 사이에 20.30대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아버지 세대들이 자신들만 누리고 걷어차버린 현실과 이로 인한 구조적 불공정, 불평등에 분노하며 극우 사상에 젖어들고 있다. 10대들도 그런 낌새가 보인다.


60.70대는 조언을 구하는 사회의 어른으로서 대접보다는 냄새나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으면서, 아직도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향수에서 못 빠져나와 계시다.


이제 걱정 수준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세대 간 소통이 막혀있다. 이제 정치권의 진영논리까지 붙어버리니 아예 인사말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대화에 앞서 네 편 내 편 탐색전부터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가 완전히 상이한 3개의 세대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아비투스는 짧게는 20~30년, 길게는 수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문화가 개인에 내재화되어 형성된, 쉽게 바꾸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가치관 및 행위의 시스템이다.


우리가 통상 말하는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다. 서울사람은 깍쟁이다. 영국 귀족들은 억양이 다르다. 강남부자들이 쓰는 언어는 다르다. 머 이런 거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세대별로 아비투스가 완전히 상이하다. 지금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누굴 만나고 한국사람은 이렇다 말하면 어느 세대를 만났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세대별로 공유하는 경험과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면 한국사회라는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공통적인 아비투스가 세대 간 이전이 되지 않는 기이한 대한민국이 생겨날 것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개혁, 정년연장, 교육개혁을 통한 계층 상승 사다리 회복 등 다양한 그리고 시급한 세대 간 토론 거리가 많은데, 말만 꺼내면 네 편 내 편이 나눠져서 전 정부가 어떠네 현 정부가 어떠네 이런 애기나 하고 있다. 정말 한심하고 걱정이 된다


더 걱정인 것은 정치권의 행태이다. 아버지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여당과 할아버지와 아들 세대를 기반으로 하는 야당이 더욱더 세대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단순다수결제로 어차피 다른 세대 표 없어도 정치가 가능한 현실에서 굳이 세대통합이네, 사회적 대타협이네 이런 거 해서 표 까먹을 필요 없이 지지층 비위나 맞추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필리핀보다 못살던 나라에서 후대를 위한 할아버지 세대의 희생, 그 희생에 보답하기 위한 아버지 세대의 성공을 위한 근면 말고 지금의 성공을 설명할 무언가가 있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압축성장으로 인해 세대 간 갭이 너무나 큰 한국사회에서 성평등만큼 중요한 것은 세대 간 형평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의 희생을 토대로 아버지가 성공의 과실을 따먹었으면 다 먹지 말고 아들에게 사과나무를 남겨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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