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밤공기가 차다. 간만에 저녁을 먹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요즘 계속 내수가 안 좋다, 상가 공실이 역대급이다 이런 뉴스를 들어서 그런지 확실히 사람이 안보였다. 느낌 탓인지 임대가 붙은 상가도 종종 보인다.
내가 즐겨가는 동네빵집 앞에 섰는데 예전에는 늦게 오면 없었을 시그니쳐 빵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내가 머리 자르고, 빵 사 먹고, 라면 사고 하는 돈들이 옆집 영희네 미장원, 뒷집 철수네 빵집, 앞집 길동이네 슈퍼로 돌아서 승수효과 회오리를 일으키며 온 동네 온 나라를 돌아 나에게 다시 와야 하는데,
이제 그 돈들을 프랜차이즈 뷰티숍, 대기업 빵집, 대기업 마트가 흡수해서 대기업 곳간을 채우고 주주들 용돈으로 뿌려지고 있다.
태풍상사처럼 열심히 수출해서 번 달러가 국내에 뿌려져서 영희네 아빠 월급봉투를 두둑이 해주고 공장 설비에도 재투자되어 국내 건설사와 노가다 십장들에게까지 훈풍이 불어야 하는데, 달러는 환전되지 않고 대기업 사내유보금으로 쌓이고 설비 투자는 미국이나 베트남에 하고 있으니 사상 최대 수출실적이 국내 내수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도 동네빵집을 이용하고 동네마트를 이용해서 내수에 기여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빵 몰래 사 오다 마님에게 들켜서 이런 변명을 했는데 당황한 거 치고는 논리적인 듯하다.
“아 그 뱃살 어쩔 건데, 살 뺀다며”
마님의 엄한 꾸짖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빵은 안 뺏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