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소녀 나나
예쁘고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의 부모는 여자 아이에게 어울릴 만한 예쁜 이름을 찾아 나나라고 지어줬다. 나나는 호기심 많고 겁도 없어 무엇이든 만져보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아이로 자랐다. 다른 여자 아이들은 집 안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았는데 나나는 인형 놀이 대신 드넓은 들판으로 나가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어른들은 이런 나나를 보고 여자 아이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 쯧쯧 혀를 차며 말썽꾸러기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어른들은 여자 아이가 그렇게 천방지축 밖으로 나가 놀면 안 된다고, 얌전히 굴어야 한다고 타일렀다. 하지만 나나는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아서 어른들의 말 대로 집안에만 얌전히 있을 수가 없었다.
또래 친구들이 인형놀이를 하자고 나나를 불렀다. 나나는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친구들은 신데렐라 게임을 좋아했다. 나나는 트리니티 전사 게임을 좋아했다. 친구들도 나나도 함께 노는 것이 재미없었다. 친구들은 나나가 자기들과 같지 않다며 이상한 아이라고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어른들도 나나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멀어지다 이제는 모두가 나나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제부터 인지 나나의 한쪽 눈이 작아지다가 없어져 버렸다. 나나의 눈은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매몰차게 나나를 외면했다.
나나는 정말로 혼자가 되어 언제나 혼자 놀아야 했다. 예전에 함께 놀던 친구들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한 아이가 나나에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된 거야? 너 정말 이상하게 생겼어.”
“그래, 넌 꼭 괴물같이 생겼어.” 옆에 있는 친구가 말했다.
나나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자신도 왜 그런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인형놀이는 재미없었지만 나나는 친구들이 좋았다. 그런 친구들이 이제는 자신을 괴물이라 놀리고 멀어져서 슬펐다. 나나는 자신이 인형놀이를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인형놀이를 하면 괜찮아질지도 몰라’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두 번 다시 나나와 함께 놀지 않았고, 어른들까지도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며 쫓아내고 어린 나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때가 그리웠지만 나나는 아주 씩씩한 아이였다. 사람들이 나나를 멀리한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더 자유롭게 들판으로 언덕으로 탐험놀이를 할 수 있었다. 나나는 꿋꿋하게 잘 지냈다. 사람들은 나나가 혼자서도 잘 노는 것조차 못 마땅하게 여겼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보다 어린 나나가 더 어른스러웠다.
‘나에게도 분명 친구가 되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하고 생각하며 나나는 외로움을 달랬다. 나나에게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책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이었다. 이 비밀의 문은 나나에게만 보였다. 나나는 그 문을 통해 책 세상으로 들어가 어디든 탐험하며 다녔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책 세상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면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곳에서 나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모두가 나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책 속에서 글자 인형이 나나의 방으로 튀어나왔다.
나나는 글자 인형을 보고 어쩌면 이렇게 자신이 꿈꿔온 친구의 모습과 꼭 닮았는지 이런 친구가 생겨서 너무 행복했다. 글자 인형은 나나가 혼자 있는 저녁에 나왔다가 다시 책 세상으로 돌아갔다. 나나는 친구와 함께 노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나의 머리카락이 보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나가 더 괴물 같아졌다며 더욱더 놀렸다. 나나는 화가 나서, “나는 글자 인형 친구가 있어. 너희들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고 말았다. 아이들은 이제 나나가 이야기를 꾸며낸다며 믿지 않았고 비웃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나는 글자 인형이 나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글자 인형은 나오지 않았다. 나나는 문을 열고 책 속으로 들어가 친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슬픔에 잠겨 그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개를 떨구고 울고 있는 나나 곁으로 글자 인형이 다가와 말했다.
“너 왜 그렇게 울고 있니?”
놀란 나나는 고개를 들어 글자 인형을 보자 너무 기뻤다.
“네가 나오지 않아서 널 찾으러 왔어. 그런데 너를 찾을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났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나는 엉엉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그치고 글자 인형을 만난 것이 기뻐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네 이름이 뭐야? 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어.” 나나가 말했다.
“먼저 너에게 친구라고 말해줬잖아. 내 이름은 ‘친구’야”
“네 이름이 ‘친구’야?”
“그래, 맞아. 내 이름은 ‘친구’야. 나나의 친구, ‘친구’.”
나나와 ‘친구’는 서로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그러다가
“친구야, 너는 내가 괴물 같지 않니?” 나나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네가 괴물 같아?” 친구가 말했다.
“사람들이 전부 나를 괴물 같다고 놀려. 나하고 놀려고 하지 않아.” 나나가 힘 없이 말했다.
“넌 괴물 같지 않아. 있잖아.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면 겁을 먹고 탓을 해. 넌 사람들과 그냥 다르게 생긴 것뿐이야. 다르다는 건 잘못이 아니란다.”
“정말?” 나나가 물었다.
“그럼. 정말이지. 나나 네가 얼마나 예쁜 사람인데.”
“정말이지? 그럼 넌 나하고 계속 친구 하는 거지?”
“그럼. 정말이라니까. 난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야.” 친구가 나나를 보며 웃었다.
그제야 나나는 활짝 웃으며 친구를 바라보았다. 나나와 친구는 서로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친구’는 나나에게 다른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였다. 나나는 다른 건 잘못이 아니라는 친구의 말을 꼭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나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