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대화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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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우리 사려니 숲 같이 걸어요.
사려니 숲길을 걸었는데 마음이 참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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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가 이렇게 갔어요, 언니
저녁이 되면 한숨이 쉬어져요.
안도의 한숨인지,
아직도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는 힘겨움의 한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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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와 구름
나는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람보다 숲 길이 좋다. 이 숲이 아프로디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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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되어 보고 싶다.
그래서 이 숲으로 들어가면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버티고 살아온 이들의 비밀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들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안에서,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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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무엇을 할 때 기쁘지?
젊음이 좋지만, 열정이 있었지만,
그만큼 치열했고, 불안했고, 속상했던 20대.
근데 진짜 타임머신이란 게 있어서 티켓 끊고 이용할 수 있다면,
딱 일주일만 20대로 돌아가봤으면 좋겠다.
순수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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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색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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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는 항상 바람이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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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식물은 한순간도 쉼 없이 살아 잇고,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매 순간 증명하는 것 같아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지만
파르르 떨리는 진동처럼 매 순간 식물이 성장하느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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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정말 2박 3일 밤새도 모자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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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하겠는가?
그리고 내가 나만을 위한다면 내가 어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내가 그리는 그림들이 내가 아닌 느낌.
너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껴줘야 하는 첫 번째 사람이 바로 너야.
너의 감정이 잔잔해서 평화롭다면 참 좋을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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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헷갈리기 시작했어. 시간이 축적되어 있는 것들은 대체할 것이 없는데 오래된 것들을 그냥 두어야 할지, 지금처럼 불필요한 것들이라고 다 버려야 할지 말이야.
이미 버린 것들 중에서 생각나는 건 없는데 내 어릴 적 피아노와 사진 몇 개는 아쉽다. 이렇게 살면서 사람의 생각은 자꾸 변하는구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려야 할지, 간직해야 할지는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물처럼 흘러가 버려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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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다고 아무리 말해도 질리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지나치면 지겨워지기 마련인데.
자연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너무 작은 존재여서인지
나를 점점 더 끌어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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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