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좀 빌려줘

by YS

여럿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얘를 나누던 날, M이 쓱 내 손을 잡더니

“언니 손가락이 참 기네요? 손 좀 빌려줘요.” 하길래,

“그래, 자.”하며 손을 뻗었다.

그랬더니 M이 “뭐 이렇게 손을 막 줘요?” 하며 웃었다.

M은 주얼리 디자이너이다. 자신이 만든 제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착용한 모습도 같이 찍으면 좋겠다고 내게 손을 빌려 달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손을 빌려주기로 했다.


사진을 찍기로 전, ‘사진을 찍으려면 손을 깨끗하게 하고 가는 것이 예의이지’하고 생각하며 손의 각질을 제거하고, 큐티클을 제거하고, 손톱도 말끔하게 정리하고, 투명 매니큐어도 바르고, 크림도 잔뜩 발랐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걸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M이 내 손을 보더니 예쁘게 해 가지고 왔다며 좋아한다. 그럼! 지저분한 손으로 너의 작품을 망치면 안 되니까. 주얼리 제품을 하나씩 손에, 목에, 귀에 착용해 가며 사진을 꽤 많이 찍었다. M이 중간중간 힘들지 않냐며 배려해 주었다. 나는 예쁜 주얼리 샵에 온 것 같다고,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재미있어서 힘들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M은 너무 고맙다며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집도 찾아 놨다고. 나는 맛있는 거 먹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M이 다음에 또 손을 빌려 달다고 하기에 마음껏 빌려 가라고 했다. M이 내 손을 잡고

“이 손 내거니까 막 쓰면 안 돼요? 아껴서 써야 해요?”라고 말해서 마구 웃었다.


M이 연신 고맙다고 한다. 아니, 나로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나 또한 고맙다. 너는 너 대로 좋고, 나는 나 대로 좋고, 이런 걸 윈윈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마음으로 하는 일은 이득을 따질 수가 없다. 좋은 것으로 충분한데 무슨 다른 마음이 들겠는가.


나는 그냥 있는 손 잠깐 빌려준 것뿐인데 뭘 그렇게 자꾸 고맙다고 하는지. 이 손이 너에게 쓸모가 있었다니 나도 기쁘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하루가 참 기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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