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아
널 만나고 와서 참 좋았다.
만남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지.
너와 함께 한 며칠 동안의 시간이 마치 놀이동산에서 보내고 온 것 같은 느낌이야.
재미있고 신나게 놀아서 시간이 언제 그렇게 갔는지 날아간 것 같은 느낌 말이야.
오랜만에 만나서 만난 날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하고도 모자라 다음날에도 우리는 할 말이 많았어.
다른 사람들이 아닌 우리의 인생 이야기.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아서 사람들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 내가 너와 무슨 인연이기에 이렇게 터놓고 머릿속 생각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지.
마음에 있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다 쏟아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해.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그런가 보다’하고 들어주는 네가 있어 참 다행이야.
내가 돌아오기 전날 술을 마시며 내게 가지 말라는 너의 말이 듣기 좋았다.
너도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그런 거니까.
나도 너와 그린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영실아
너는 봄에 옹이를 떠나보내고 많이 상심했어.
그래도 친구가 있어 그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어.
내게도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느냐고 네가 물었지.
나는… 아직도… 너무 아파서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울먹였어.
아무 말없이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던 너.
내가 할머니가 되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에겐 아픔이고 고통이고 그리움이고 여전히 사랑으로 남아 있는 존재를.
꺼낼 수 있을 때 이야기할 수 있겠지.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게 참 좋구나.
네가 지금처럼 평화롭고 편안한 일상을 보내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평화로운 삶을 살기를.
나는 이 편지를 네가 아닌 우주의 시공간으로 보낸다.
또 만나자.
영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