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
어느덧 마지막편.
마지막 편은 실제 마지막 이틀의 일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뉴욕 여행에서 전체 쓴 지출의 절반이상은 아마
마지막 이틀에 썼을 것이다.
나는 비싼 스테이크나 맛집도 가지 않고 뮤지컬 같은 것도 보지 않았다.
심지어 자유의 여신상도 못 봤다.
유일하게 본 랜드마크는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보았던 크라이슬러 빌딩.
별다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0달러가 넘는 관광상품은 가지 않았다.
nba 경기마저 89달러 정도였다. 써밋이니 탑오브 더락등 전망대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주변에서 연극을 하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추천한 작품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뮤지컬이 아니라 이머시브 연극,
슬립노모어였다.
예약은 이미 한 달 뒤까지 거의 매진이었고,
마지막 날 현장 대기를 걸어보기로 했다.
줄을 서려고 하는데
전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실루엣과 영어발음으로
도어맨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보였다
한국인이었다.
가서 도와줘 볼까
사실 한국인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양키스타디움도 그렇고, 할랄가이즈도
블로그와 카페에 올린 리뷰를 보고 동행하기로 한 분들과
몇 차례 같이 쇼핑을 하거나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미대에 다니면서 파슨스에 교환학생을 온 분도 있었고,
롱아일랜드에 한 달 살기를 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역시 어딜 가나 한국인은 많구나, 생각하며
뭐 대화를 좋아하는 나는 혼자 돌아다니기보다 좋았고
여행의 소소한 재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날은 조금 달랐다
일단 우연히 만난 것이었고, 평소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연극을 혼자 보는 것보다, 누군가랑 같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도와주게 된 것.
일단 나는 도어맨에게 우리 둘의 이름을 적었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한 그분은 우선 30대 여성이라고 했고
남미 여행을 가던 중 뉴욕에 3일 정도 경유하는 거라고 했다.
우린 슬립노모어에 입장하기 전까지 약 한 시간 반정도 여유시간이 생겼는데
그 여유시간을 핑계로 같이 밥 먹으러 근처 첼시마켓을 다녀오기로 했다.
거기서 동행자분은 자기가 도움을 받았으니 사주겠다, 그랬다.
도스타코스에서 타코 두 피스를 샀다.
나도 그냥 얻어먹기만은 좀 그래서 젤라토를 샀다.
그리고 마켓 마감시간이라 쫓겨나듯 나왔다.
어디 들어갈 데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일단 하이라인으로 가기로 했다.
하이라인은 맨해튼의 로어웨스트사이트의 폐선부지 고가도로를 숲길로 가꾼 도심 속 공원이다.
서울로 치면 연남동 경의선 숲길이나 서울역 고가도로를 개조한 산책로 같은 곳이다.
(*실제 서울시에서 하이라인을 모티프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간은 해 질 녘, 여기 유명한 스파이더맨 뷰라고 불리는 벤치가 있다.
거기서 다식은 타코와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영하의 날씨에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고작 3주지만 아는 척을 늘어놓으며 뉴욕의 갈만한 곳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연극을 보러 갈 시간,
우리는 소지품을 맡기고 거의 입국수속에 버금가는 입장수속?을 거쳐야 했다.
미국에 처음 가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점이, 생각보다 이런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들어갈 때 꽤 까다롭다.
테러위험 때문에 그런지, 총기소유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다.
아무튼 주소와 zip코드까지 물어보길래 나는 누나가 사는 맨해튼 집주소를 댔는데, 내 다음 차례인 동행자분은 난감한 상황, 나는 동거인이라고 둘러대며 같은 주소를 적었다.
공연은 체험형 연극이라서 들어가면 그냥 재즈바가 있다.
관객들은 전부 오페라의 유령 같은 가면을 써야만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연기인지 그때부터 헷갈린다.
나는 일단 점원이 주는 데낄라를 내가 사겠다 하고 받아 마셨는데
아차 싶었다.
소지품 맡길 때 지갑을 두고 온 것.
동행자분은 멋쩍게 웃으면서 자기가 계산을 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약간의 스포.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는 것인지, 연기자가 우릴 불렀다.
위층과 아래층중에 어디 갈지 선택하라던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똑같은 듯하다.
아래층으로 갔다
이때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귀신의 집이 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은채로 같이 다녔고,
한동안 그렇게 걸었다.
연극이 끝나고 나니 꽤나 허기졌다.
내가 아까 데낄라 얻어마셨으니 밥 사겠다,
하고 브로드웨이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쯤인지 기억은 안 난다.
길거리 핫도그와 함께
퍼블릭 오픈이라고 쓰여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내일 뭐 하냐는 질문에
나는 짐을 싸고 한국에 간다고 답했다.
그 말 뒤로 짧은 침묵이 흘렀고,
코리아타운 쪽 그녀의 숙소 앞에서 헤어졌다.
그게 끝이었다.
다음 날, 여행의 마지막 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공항 가기전에 같이 밥이나 먹자고 연락을 해보았다.
돌아온 답장은 의외였다.
자기가 오늘 전망대를 가려고 와있는데, 통역할 수 있는 동행 있으면 좋겠다고, 같이 가보자는 말.
나도 지금껏 전망대 한번 안 가보기도 했었고 한번 가볼까 전망대 티켓을 알아봤지만
그날은 이미 전부 매진이었고,
비행기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얼마 전,
슬립노모어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공연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 편은 이렇게 끝.
뉴욕 편을 쓰다 보니
브런치 방향성을 잡게 되는 것 같다.
일단 나는 1. 지리와 역사를 매우 좋아하고, 2. 공유하는 재미가 있다.
짧은 생각이나 홍콩 편, 도쿄 편, 밀라노 편 등을 적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서울도 상당히 멋진 도시이다.
귀국 후 첫차로 공항철도를 타면서는 기분이 이상했다.
너무나도 깔끔하고, 익숙하고 정돈된 도시.
돌아와서는 한번 여유가 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인 남영동이나 명륜동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