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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자두 Jan 13. 2023

35살 엄마가 되다.

" 넌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

잊히지 않는 날

2017년 6월 7일 수요일 오전 9시 10분 37주 만에 2.78kg 조금 작은 아기 도담군이 태어났다. 크게 아픈 곳 없이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아이는 큰 소리로 울며 나에게 왔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출산이 다가오기 두 달 전부터 조산의 위험과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체력이 많이 떨어져 고비를 넘기면서 수술날짜를 조금 앞당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4주 아이는 2kg를 조금 넘겼을 뿐 아직은 세상의 빛을 보긴 무리수가 있었다.


"괜찮아, 뱃속에 있을 때랑 태어날 때랑 몸무게 차이가 있더라"

"나도 3.3kg 인지 알았는데 낳고 보니 3.5kg가 넘어서 깜짝 놀랐어"


주위사람들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위로해 주었지만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건 내가 초보엄마였고, 책으로만 육아를 배웠기에 걱정 인형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였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고, 어쩌면 어른인 나보다 훨씬 씩씩하게 잘 이겨내 주었던 거 같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처음 만났던 그때, 감격하고 있거나 눈물이 나왔어야 했는데 나는 의사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 몸이 왜 보라색인 거죠?"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만 그 당시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백설기 같이 뽀얗고 포동포동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내 아이는 전혀 그렇지 않아서 놀랬던 거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나는 수면마취로 잠이 들었고 아이는 아빠와 할머니를 만나러 바깥세상으로 나갔다. 탯줄을 자르고 싶다는 남편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는지 약간의 해프닝으로 아이아빠의 소원은 들어줄 수 없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줬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전화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그날 나는 간호사 선생님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아이의 고환이 한쪽만 있다는 말로 시작된 전화내용은 휴대폰이라면 녹음을 했을 텐데 병실 전화기라 멍하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이지? 잠시 생각했다. 하나면 안되는 거였나? 퇴원 후 대학병원 소아 비뇨기과를 가야 하니 예약해 주겠다며 연락이 왔는데 이게 지금 대학병원까지 가야 할 일인 건가? 이제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그냥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그 한마디에 주저앉았고 잠시 회사를 둘러보러 나간 남편을 소환했고? 미역국을 챙겨서 온 어머님은 나보다 더 크게 놀라셨다. 정신없이 검색을 하고 친구와 소아 비뇨기과에 전화로 상담까지 했지만 뾰족한 답을 얻기는 어려웠고 시간이 지나면 내려올 수도 있고, 아예 없는 경우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였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의 경우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생길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자리를 잡는다고 했던 그 말만 생각하며 퇴원을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산모님 다행히 아이의 고환이 없는 게 아니라 위쪽으로 올라가 있다가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라는 퇴원 간호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고 예약했던 소아 비뇨기과는 취소를 했다. 아이를 갖기 전과 갖은 후 그리고 낳기 전과 낳은 후의 엄마의 멘탈은 많이 달랐고 아이의 일에는 크게 반응하는 나답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출산 후 일주일 만에 얻은 새로운 병


많이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직업상 그렇게 웃을 일도 없었는데 바보처럼 웃는 병이 걸렸다. 그리고 굉장히 유연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요즘 변한 거 같은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평소라면 휴가 중에는 절대 하지 않을 회사 업무들도 모두 처리해 주며 긍정병이 생겼다. 아이는 나에게 37주 동안 기쁨과 슬픔을 주면서 나에게 왔고 나에게 엄마라는 단어를 선물하고 잘 웃지 않는 엄마를 위해 긍정병까지 덤으로 주었다. 나는 그렇게 한 아이의 엄마로서 더 나은 나를 만들고자 출산 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진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아이는 작게 태어났지만 또래아이보다 뒤처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게 자랐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N잡러 자두 에세이는 그동안 워킹맘으로 살아온 나의 좌충우돌 육아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차곡차곡 쌓인 글들은 아들 결혼선물로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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